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당찬 생각으로 모인 22명의 이화인이 있다. 이들은 ‘사이프’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의 원활한 경제 활동을 돕고 있다. 사이프는 국제 대학생 경제 동아리로 미국, 독일 등 41개국 1천376개 대학이 속해 있다. 본교 사이프는 7월9일(목)에 열린 국내 사이프 경진대회에서도 3위로 선정돼 그 실적을 인정받았다.

이화 사이프는 2007년 4월에 다섯 명으로 시작, 현재 스물 두 명의 회원이 네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오디세이’다. 오디세이란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를 대신 홍보해줘 농가 수익을 올리는 프로젝트다.

충남 공주시는 오디를 생산하지만, 홍보에 대한 지식 부족, 농작물 자체 한계로 판매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화 사이프는 재배 농가의 수익 향상을 목표로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오디로 만든 떡과 양갱, 잼 등을 공주시로부터 협찬 받아 올해 열린 대동제와 지난 학기 6월28일(일) 명동에서 시식회를 열고 약1천300명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봤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이무성 소장은 “농민들은 전문적인 홍보를 하기 어려운데 사이프의 도움을 받고 오디 가공 상품 판매액이 전보다 50%가량 증가해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온 이주민 여성을 돕는 프로젝트도 있다. 한국어 교육 대신 좀 더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창업이라는 분야를 정했다. 그러나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노서영(경제 07)씨는 “가족이 가장 큰 지지자가 돼줘야 하는데 외국인 며느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하지 않는 가족이 많아 지원자가 적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적극적인 창업 의지를 가진 여성을 찾기 위해 여러 기관에 협조를 구했다. 3개월간의 수소문 끝에 찾은 첫 대상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방일로나씨였다.

방일로나씨는 서울 조리직업전문학교의 도움으로 제빵 교육을 받은 뒤 본교 식품영양학과에서 거북이빵의 제조법을 익혔다. 사이프는 거북이빵의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학생문화관에서 시식회를 열고 참가자들에게 맛에 대한 느낌과 구매 여부, 적정 가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후 본교 다문화봉사동아리 ‘다정’의 정기 사진전시회와 서울 조리직업전문학교 식품학 학회에 빵을 납품했다. 방일로나씨는 두 차례 납품을 통해 제과제빵 기술 외에도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익힐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남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 주문형 제과제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이프는 이 외에도 람사르 총회에서 보호지로 선정된 우포늪 보존 활동이나 경제 능력이 부족한 신진 미술 작가 김준미씨(예명 푸트리)의 전시회를 지원, 일러스트 활용 상품의 개발을 도왔다. 김씨는 경제적인 수익을 거둔 만큼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전하기 위해 올해 여름 방학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미술 교육을 진행했다. 사이프 회원인 이윤정(전자공학 08)씨는 “우리는 회원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며 “우리의 활동은 봉사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봉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모든 프로젝트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회원 이현민(경영·07) 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회원들 간의 의견뿐 아니라 대상자들과의 충돌도 많지만 그들이 우리의 도움으로 사회에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해 실패한 적이 많다. 사이프 박여원 회장은 “사회에서는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보고 도와줄 줄 알았는데 이전에 다른 대학생들이 보여준 책임감 없는 모습에 실망한 단체가 많았다”며 “앞으로도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를 계속 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소윤 객원기자 soyun5655@ewhain.net
사진제공: 이화 사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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