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원한다면 그것은 대학이 아니라, 무덤이다.” 이대근 경향신문 국제·정치 에디터가 한 칼럼에서 언급한 말이다. 이 칼럼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진중권을 둘러싼 상황들을 대학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풀어내면서 비판적 지식인에게 적대적인 대학의 분위기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침묵’은 다른 의미에서도 대학을 ‘무덤’으로 이끈다. 바로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문제에서다. 현재 각 대학들은 지도 교수를 배정해 학생들이 진로, 전공 및 고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도교수제를 운영한다. 그러나 지도교수제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자신의 지도교수 얼굴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본교 지도교수제는 각 학생에게 한 명의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담당 지도교수는 1년 마다 바뀌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전공이 없는 1학년 학부생들은 세미나 수업을 통해 지도교수와 정기적인 만남을 가진다. 학생들은 진로 및 학업상담 등 언제든지 지도교수의 조언을 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 지도교수와 개인적인 상담을 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

연세대 역시 학사지도교수제를 실시한다. 학부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학기당 두 번 이상 학사지도교수와 면담을 갖고 학사지도를 받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도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연세대 학보인 ‘연세춘추’에 따르면, 공학계열의 경우 978명의 학생을 3명의 학사지도교수가 담당하고 있고, 인문계열은 617명을 3명의 교수가 담당하는 등 학생 수에 비해 교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교수와 학생 개개인이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세대차이, 혹은 관계의 단절이 대화의 부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교수신문이 5월 교수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들과 소통하기’ 의견조사를 보면, 교수들이 ‘요즘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이 예년과 비교해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0%가 ‘사회문제와 인간관계에 무관심하다’고 답했고, ‘개인주의 내지 이기주의적이다’, ‘인내심과 의지가 약하다’가 각각 17%로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선택지나 예시 항목이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교수들이 ‘무관심’ 혹은 ‘인내심과 의지가 약하다’는 점 등에서 의견을 같이 한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또 ‘요즘 학생들’의 특성의 잘 드러내주는 키워드로 17%가 ‘개인주의’를 꼽았다. ‘불확실성’, ‘자신감’, ‘개성’, ‘디지털’ 등에서 각각 7%씩 공통된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학생들도 교수들과의 만남, 대화에 대한 마음의 벽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한 학생은 1학년 때 지도교수와의 면담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학업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도 교수님께서 학생의 본분을 무시하는 학생인 것처럼 다그쳐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또 “1학년 첫 면담부터 ‘교수님은 권위적인 분’이라는 인식이 생겨 다른 교수님들과의 면담도 꺼려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도교수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막연한 어려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최근에는 학생과 교수 간 소통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지도교수제도 변화를 맞고 있다. 연세대 경영대의 경우, 지난 2008학년도부터 ‘쌍방향 지도교수제’를 도입했다. 쌍방향 지도교수제는 교수의 관심분야를 보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수를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제도다.  

제도적인 개선도 중요하지만 교수와 학생들의 열린 마음과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학생상담센터 관계자는 “모든 관계에 있어서 상호 간에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며  “일이 바빠 친구와 만나지 못하면 이메일이나 메신저, 전화 등으로 이야기를 나누듯이 교수님과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해보라”고 조언했다.

지도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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