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업 교수의 어원인문학 교실

대학입시를 두고 한국만큼 말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국토는 좁고 사람은 많은 데에다가 예로부터 학업을 중시하다보니 전 국민이 여기에 매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입시전쟁’ 또는 ‘입시지옥’이라고 하겠는가. 입시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다 보니 외국의 사례를 많이 언급하는데, 이때 심심찮게 거론되는 것이 프랑스의 바깔로레아다.

바깔로레아(baccalaureat)는 17세기 말에 중세 라틴어 바칼라우레아투스(baccalaureatus)로부터 생긴 말로, 당시에는 ‘대학교에서 학사들에게 주는 학위’를 가리켰다. 바깔로레아에서 바카(bacca)는 ‘둥근 열매’를 뜻하고, 로레아(laurea)는 ‘월계수(月桂樹)’를 뜻했음으로, 바깔로레아는 ‘월계수의 둥근 열매’라는 말이다. 월계수가 어떤 나무인지 잘 모른다면 마라톤에서 우승한 사람의 머리에 씌어주는 월계관을 연상하면 될 것 같다.

프랑스의 바깔로레아는 고등학교 졸업인정서인 동시에 대학교 입학허가서다. 따라서 바깔로레아에 합격하지 못하면 고등학교 졸업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와는 달리 이 시험은 국가가 아니라 각 교육청이 주관하며, 출제와 채점도 대학 교수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사들이 담당하고, 주관식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을 병행한다. 성적이 발표되면 수험생은 1주일 이내에 자신의 답안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채점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바깔로레아가 상대평가 시험이 아니라 절대평가 시험이고, 시험의 출제, 채점 및 관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인 것 같다. 객관식 필기시험으로 치르면서도 해마다 크고 작은 잡음을 겪는 우리로서는 한없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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