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마더>의 봉준호 감독은 별명이 ‘봉테일’이다. 영화를 찍을 때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실하게 챙기기 때문이란다. 섬세한 연기의 일인자라는 배우 김혜자 씨도 봉준호 감독 앞에서는 서른 번 가까이나 NG를 냈다고 하니 그의 ‘디테일 챙기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 하다.

  ‘디테일’의 사전적인 의미는 ‘잔손질이 간 세공’이다. 주로 의상 등 디자인 분야에 이 단어가 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디테일’은 성공을 위한 글로벌 키워드가 되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호텔 아르마니 직원의 유니폼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하는 완벽주의적 태도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했다. 국내 CEO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디테일 경영’이 대세다. 현대엘리베이터 송진철 사장은 ‘디테일은 필수’라며 ‘작은 부분까지 면밀히 챙겨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들은 모두 성공을 창출해내려면 ‘작은 차이’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차이’에 집중해 ‘큰 차이’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는 특별히 예비 사회인인 대학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인으로서의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작은 차이’에 집중하는 ‘디테일 오리엔티드적’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획일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구화로 획일화된 교육과 의식주를 누린 결과, 우리는 각자의 고유성을 잃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개성을 압수해간 사회는 우리에게 ‘남들과 다르기’를 요구한다. 실제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는 기사가 있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의 경험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사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그 무엇’으로 어필하기란 만만치 않다. 

  자기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위해 대학생인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이 바로 앞서 얘기한 ‘디테일 오리엔티드적’ 사고다. 가시적인 조건이 별반 특출나지 않는 이상, 세상을 상대로 배팅할 수 있는 우리의 승부처는 ‘사소함’에 있다.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것을 부각하는 것은 성탄절마다 반복되는 ‘나 홀로 집’ 시리즈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을 넘어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챙기려는 자세가 우리를 ‘다르게’ 한다.

   이러한 ‘디테일 오리엔티드적’ 태도는 단박에 길러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일이야 숙련되지 않은 누구라도 해내지만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데에는 적잖은 경험이 요구된다. 따라서 사회로 던져지기 전, 대학에서부터 우리는 ‘디테일 오리엔티드적’ 습관을 익혀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공모전 수상이나 인턴 경험 등 드러나는 것에 도전하는 노력과는 별개로, 학과 공부에서부터 꼼꼼한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외부 활동에만 열심을 내다가 시험 전날 족보만 훑어서는 안 된다. 공부하는 텍스트를 꼼꼼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의문점을 발견해 자기 것으로 탐구해야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차별화를 원한다면 그에 앞서 묵묵히 ‘작은 차이’를 찾아야 한다.

  영문학 공부를 하다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작품 자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영문학 시험에서 주가 되는 Identification, 일명 ‘ID 문제’의 경우, 소설이나 시 중 한 부분의 출처를 밝히고 그것이 작품 전체에서 갖는 맥락적 의미를 서술토록 한다. 한 문장씩 곱씹으며 책을 읽지 않으면 문제를 놓치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외울 듯 문장을 파고들어 집요하게 각인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세밀한 부분을 꼼꼼히 이해하는 데 있다. ‘사소한’ 문장에 집중할 때 작품 전체의 의미와 사회적 함의 등도 알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최고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이는 ‘신(神)은 언제나 디테일 속에 있다.’고 했다. 차별화는 어렵지 않다. 신경 쓸 필요조차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까지 발견해 완벽히 다스리는 습관, 그것이 우리를 다르게 한다. 눈을 넓게 열어 작은 것을 크게 보고 기본을 무시하지 말자. 차별화된 능력으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당면한 ‘사소함’에 충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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