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슬(국문·06)
“더 인간다운
삶을 꿈꾸기 위해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 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불완전함을
극복하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J.R.R 톨킨은 영국 육군의 소위로 임명되어 프랑스로 투입됐다. 전란 중 그는 참호열 이라는 황무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병에 옮아 정신을 잃게 되고, 1916년 11월에 후방으로 후송된다. 병으로 쇠약해진 그는 전쟁의 남은 기간을 고향에서 요양하며 보냈지만, 그와 함께 참전했던 수많은 전우들은 끝끝내 조국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당시 톨킨은 이런 글을 남겼다. “많은 신참 장교들이 죽어나갔다. 아내와 생이별을 하고… 이것은 죽음 그 자체 같았다.”

그 후, 끔직했던 전 쟁에 대 한 상처를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판타지 문학의 시초격인 「반지의 제왕」이다. 톨킨은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현실세계에서의 인간은,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과 분노, 미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기지 못해 인간들은 전쟁을 일으키게 되지만, 결국 전쟁은 상처만 남긴 채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그는,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되었다.

성경의 창세기는, 바로 톨킨이 꿈꾸는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의 세계였다. 그는 기독교를 믿지 않은 이들을 위해, 창세기를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로 가공해 내었는데, 소설 <반지의 제왕>은 그러한 톨킨의 환상적인 세계관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작품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종족들은 반지로 위시되는 절대권력을 탐하고, 또 한편에서는 반지를 없애고 세계를 지켜내려는 이들이 사악한 욕망을 가진 무리들과 사투를 벌인다. 반지를 두고 쫓고 쫓기는 긴박한 속도전, 그리고 반지에 대한 욕망 때문에 골룸으로 변해버린 스미골까지, 반지의 제왕이 3부작 영화로 개봉되었을 때 전세계인들은 톨킨의 판타지 세계에 열광했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영화를 볼때마다 반지원정을 떠나는 프로도의 나약함에 가슴 졸인 적이 있었을 것이다. 프로도의 반지원정을 지켜주는 엘프족은, 인간의 실존을 초월하는 우월한 종족이다. 그들은 수려한 용모에 고결한 성품, 지혜와 능력까지 겸비한 완벽한 존재다. 그에 반해 호빗족으로 대표되는 프로도는, 가장 자연친화적이고 순수한 본성을 가졌지만 사특한 무리로부터 반지를 지켜내기에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대목에서, 프로도는 반지를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려야 하는 순간에 절대반지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 톨킨은 이러한 프로도의 미완성된 모습을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설정했다. 작고 나약하고 초월적 능력도 없는 순수한 상태지만, 가끔은 욕망 앞에서 갈등하는 미완의 모습. 세계는 엘프 처럼 완벽한 존재들이 지배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면서 탐욕스럽기도 한 불완전한 인간들의 것이다.

인간세계에서 삶은, 예정되어지고 순탄한 것이 아니라, 반지원정을 떠나던 프로도의 여정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고난과 절망의 과정이다.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이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는 나약하고 미숙한 존재이기에 자신 앞에 닥친 고난에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불행을 온몸으로 맞을 때가 대부분이다. 다만 순간적인 불완전함에 좌절할 만큼 어리석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4학년 1학기를 마쳐가는 필자의 일상도 고민과 좌절의 연속이지만, 그런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에 절망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곧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이화인들도, 쉽지 않은 대학 생활에 좌절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불완전함을 극복하시길 바란다. 마치 더 인간다운 삶을 꿈꾸기 위해 소설을 썼던 톨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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