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명의 이화인들 밤잠도 잊은 채 과제작성·시험공부에 매진

“딩동댕~ 이제 자유열람실 이용이 끝나고 문을 닫는 시간입니다.” 중앙도서관(중도) 열람실(지하1층, 1층) 이용종료 방송이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썰물처럼 도서관을 빠져나간다. 교양시험기간이 지난 6일(수)에도 중도 열람실에는 60여명의 학생들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6일(수) 자정~오전5시 그들의 모습을 담아봤다.

△전공시험, 그 네버 엔딩 스토리
대부분 학생들이 도서관을 나가는 오후11시50분, 허은진(수학교육ㆍ07)씨는 중도에 들어섰다. 7일(목), 8일(금)에 진행될 ‘통계교육연구’수업과 ‘복소함수론’수업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함께 밤을 샐 친구를 위해 트레이닝복 바지를 챙겨오는 길이다. “집에 있으면 잘 것 같아 왔어요.” 허씨는 한 학기 4~5번 중도에서 밤새 공부한다. 이들은 오후8시부터 공부를 시작했지만 연이은 시험 때문에 잠깐의 휴식시간도 없다. 허씨와 친구들은 오전6시가 돼서야 잠깐 씻기 위해 허씨의 하숙집으로 향했다.

지하1층 휴게실에 자리를 잡은 최보수(수학ㆍ07)씨와 한가람(수학ㆍ07)씨는 서로 모르는 문제를 질문해가며 ‘복소해석학Ⅰ’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연습장 한가득 그래프를 그려가며 머리를 맞대고 골몰한다. 김씨는 “친구와  함께 공부하면 외롭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할 수 있는 지하1층 휴게실은 친구들과 공부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명당이다. 휴게실 소파는 학생들에게 침대가 되기도 한다. “나 15분만 있다 깨워줘~” 오전1시가 가까워지자 한가람씨는 친구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휴게실 소파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레포트, 서평, 논문작성까지 과제 삼매경 
오전2시30분, 4명 남짓의 학생들이 1층 노트북실에서 리포트 작성에 몰두하고 있다. 유독 짐이 많은 김애리(작곡과 박사과정)씨의 책상에는 논문들과 서류더미가 한 가득 쌓여있다. 대전에서 통학하는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느라 3일째 중도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김씨는 “곧 논문 마감이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에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에서 즉석식품이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었다. 4일(월) 오후10시에 중도를 찾은 그는 7일(목) 오후1시, 강의를 듣기위해 63시간 만에 중도를 나섰다.

“타닥, 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한 1층 컴퓨터실에도 20여명의 학생들이 과제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76번 컴퓨터 책상에 앉은 윤나연(전자공학ㆍ07)씨는     다음날 오전11시에 제출할 서평을 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도 컴퓨터실의 단골손님인 그는 평균 2주에 한두 번은 중도에서 밤을 샌다. “이젠 중도가 익숙해져서 집 같이 느껴질 정도예요.” 중도에서 터득한 그만의 밤샘 노하우는 다음날을 위해 조금이라도 잠을 자는 것이다. 이날도 윤씨는 오전6시 쯤 휴게실 소파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오전9시30분, 그는 중도를 나서며 “아침에 도서관을 나갈 때는 목표한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중도를 지키는 따듯한 손길
“철커덕, 철커덕.” 자정이 되자 주진원 경비원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그는 출입문을 잠그고 1층 복도 형광등, 학생들이 켜놓고 간 컴퓨터실의 컴퓨터 40여대의 전원을 껐다. 남아있는 학생 수를 파악하고 난 주씨는 샌드위치를 들고 5층 경비원 휴게실로 향했다. 휴식도 잠시, 오전3시가 되면 그는 새벽 순찰에 나선다. 주씨는 “새벽에 순찰 도는 일이 가장 고되지만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7일(목) 오전5시 뿌옇게 동이 터오기 시작할 즈음 주진원 경비원은 다시 바빠진다. 도서관 문을 열고 꺼뒀던 형광등을 켠다. 주씨의 손길로 도서관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도서관은 묵묵히 각자의 길을 걷는 이화인들의 아지트다.         
                  
이은지 기자 eunggi@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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