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언덕’하면 무슨 언덕을 생각할까? 내 경우에는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불렀던 ‘로렐라이 언덕’과 유학 시절 즐겨 찾던 ‘몽마르트르 언덕’이 떠오른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언급해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에게 별로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이 언덕은 해발고도 129m로 그 자체로는 그리 높지 않지만, 빠리가 푹 꺼져 있는 분지다보니 빠리로 보면 가장 높은 언덕이다. 이곳은 집세가 싸서 19세기 초부터 가난한 화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1860년 빠리에 편입되었고, 1880년경부터 많은 화가, 시인, 작가들이 예술을 논하면서 술을 마시던 빠리의 별천지였다. 지금도 떼르트르(Tertre) 광장에서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무명화가를 만날 수 있고, 주위에는 소극장, 까바레, 째즈클럽 등이 즐비하다. 이 언덕의 대표적인 건물은 싸크레꿰르(Sacre-cœur, 성심사원)라 불리는 성당인데, 여기에서는 빠리 시내를 한 눈으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작은 광장과 구불구불한 길, 그리고 길고 좁은 계단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19세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몽마르트르(montmartre)는 본래 ‘산’을 뜻하는 몽(mont)과 ‘순교자’를 뜻하는 마르트르(martre)를 붙여 만든 단어로 ‘순교자의 산’이라는 뜻이다. ‘산’을 의미하는 몽(mont)은 10세기에 라틴어 몬스(mons), 몬티스(montis)에서 온 말로 그 어원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순교자’를 의미하는 마르트르(martre)의 어원은 좀 더 복잡하다.
먼저, 그리스어 마르투르(martur)가 있었는데 이 단어는 ‘신의 증인’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이 단어로부터 라틴어 마르티르(martyr)가 나왔다. 이 언덕은 ‘신의 증인’ 중에서도 특히 성(聖) 드니(Denis)와 그의 추종자들을 기리는 언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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