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화점이나 의상실에 가면 흔한 게 마네킹이다. 그곳에서 마네킹은 의상등을 전시하기 위해 만든 인체 모형을 말한다. 대개 실물과 비슷한 크기로 만들지만, 상반신, 하반신, 손발만을 만들기도 한다. 그 주된 소재는 합성수지다. 그러나 자유로운 자세를 연출하기 위해 직물이나 목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단어는 매우 드물게 15세기에 네덜란드어 만네키인(mannekijn)에서 왔는데, 이 만네키인(mannekijn)은 ‘사람’을 의미하는 만(manne)의 축소어였다. 그 당시에는 ‘화가들이 사용하는, 목재나 밀랍으로 만든 작은 상(像)’이라는 뜻으로 쓰인 말이다. 이 단어는 1570년에 manikin이라는 형태로 영어로 들어왔다. 18세기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 한국어로 하자면 ‘꼭두각시’와 비슷한 뜻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패션모델’이라고 부르는 여자나 남자를 지칭하기 시작한 것은 1830년대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진열장을 가진 가게가 발달하면서 1902년부터는 오늘날처럼 ‘옷을 전시하기 위한 모형’이라는 의미로도 쓰이게 되었다. 바로 이 해에 mannequin이라는 불어 단어가 생겼는데, 그 정확한 발음은 ‘만느껭’이다. 

프랑스에서는 인체모형뿐만 아니라 패션모델도 ‘만느껭’이라고 부른다. 물론 불어에도 영어의 모델(model)과 발음이 같은 모델르(modele)가 있지만, 이 모델르(modele)는 ‘치수·규준’을 의미하는 라틴어 모델루스(modellus)에서 유래하여 이탈리아어 모델로(modello)를 거쳐 나온 말로, 만느껭(mannequin)과 그 어원 자체가 다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패션모델을 우리처럼 ‘모델’이라고 하지 않고 ‘만느껭’이라고 한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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