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분야 복수전공하는 자연과학도·공학도

“생명과학도가 사회과학 분야를 복수전공 하겠다니까 주변 친구들이 저를 돌연변이라고 할 정도였죠.”
전공 공부 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자연대, 공대생들. 그들이 문과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과학, 사회과학 분야 복수 전공으로 교정을 바삐 누비는 자연대, 공대생들을 만나봤다.

△장래의 꿈을 위해 복수전공
자연대, 공대생들은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 등 진로 선택을 위해 인문, 사회계열을 복수전공하기도 한다.
과학기자가 꿈이었던 이영진(생명·04)씨는 신문사 인턴 활동을 하면서 복수전공으로 언론정보학을 선택했다. 이씨는 언론학을 배우며 기자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언론정보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기자를 막연히 동경했을 거예요.”

이제 이씨는 ‘무역’이라는 새로운 길을 위해 정치외교학을 부전공하고 있지만, 언론정보학을 공부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다양한 학문을 배우면서 식견이 넓어졌다”며 “지금은 학점에 구애 받지 않고 배우고 싶은 학문에 마음껏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가 언어를 인지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은 김혜령(생명·04)씨는 뇌 연구가를 꿈꾼다. 김씨는 다른 학문을 공부하면 뇌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연계전공으로 인지과학을 택했다.  
“인지과학은 커리큘럼 안에 심리학, 영문학, 철학, 컴퓨터 공학, 생명과학이 다 포함돼 제게 안성맞춤이었죠.”

김씨는 인지과학 전공 과목 중 언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영어학개론’ 강의를 즐겁게 들었다. 그러나 수업 방식과 시험 출제 방식이 달라 힘들기도 했다. 그는 “이과생이라 조별 과제와 서술형 시험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문과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는 이나래(수학·06)씨도 “수학과 수업의 경우 이해 위주로 공부한 뒤 생각하며 천천히 문제를 푸는데 경제학과는 단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기도 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공 분야를 살려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이씨는 “앞으로 응용수학을 공부해 볼 예정인데 경제학 공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생인 이지연(환경·05)씨는 문헌정보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이씨는 전공을 살려 환경학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다.   
 “문헌정보학은 문헌자료 관리 뿐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학문이라, 환경학 공부를 더 심화시켜 줄 수 있어요.” 
그는 문헌정보학과의 ‘서지학의 이해’에서 고서실 실습을 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만약 환경학만 공부했더라면 고문헌 자료를 직접 다뤄보는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문헌정보학을 배우면서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있는 분야를 배우려고 복수전공하기도
자신의 관심분야를 좀 더 전문화하기 위해 인문, 사회계열 복수전공을 시작한 학생들도 있다.
“다양한 교양과목을 듣고 책을 읽다보니 불어에 흥미가 생겨서 복수전공을 하게 됐어요.” 김지연(생명·06)씨는 자연대생 중 유일하게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김씨는 기억에 남는 불어불문학과 수업으로 ‘프랑스어 구현 연습’을 꼽았다. “재밌게 프랑스어 문법과 발음을 배웠고, 구연 동화를 연습하면서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어요.” 그는 훗날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를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일본어에 관심이 많던 김세연(생명·07)씨는 연계전공인 일본언어문화를 복수전공 하고 있다.
“일본의 문화, 역사, 분위기에 흥미를 느껴 복수전공을 하게 됐어요.”
공부는 재밌었지만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었다. 김씨는 “일본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전부 원어민 수준”이라며 “JLPT(일본어능력시험) 1급 자격증이 있지만 일본어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회화 강의 시간, 종강 후 교수님, 친구들과 함께 식사한 시간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민정(수학·08)씨는 스크랜튼학부의 사회와 정의 계열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이씨는 고등학생 시절 문과와 이과 모두가 좋아 진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문과로 진학했다면 법을 전공했을 거예요.”
수학과에 입학한 그는 스크랜튼학부를 통해 법을 공부하게 됐다. 민법이 가장 좋다는 이씨는 “1학년 때 수강했던 ‘시민생활과 법’에서 배운 내용을 ‘민법총칙’에서 깊이 있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는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가 많아요. 그 기회를 활용해 하고 싶던 공부에 매진해볼 생각이에요.”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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