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이라면 누구나 사물함을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정문과 가깝고 여러 가지 편리한 점 때문에 인기 있는 ECC 사물함을 신청하려면 오전 9시에 신청을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나와야 원하는 위치의 사물함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새벽 5시 전에 학교에 도착했는데도 대기번호가 30번이었으니 사물함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고도 남을 것이다.

정말 공부만큼이나 힘들게 느껴졌던 ‘사물함 전쟁’을 한바탕 치르고 난 뒤, 아쉬움과 회의가 밀려왔다. 가장 큰 것은 단연 시간 낭비였다. 사물함 하나 신청하기 위해 추운 새벽에 꼬박 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얼마나 아까웠는지… 학교 당국에서 운영하는 사물함인데 이 정도의 시스템밖에 제공할 수 없는지 묻고 싶다.

전쟁은 사물함에만 국한되는 사안은 아니다.수강신청부터 심지어는 포스코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까지도 끊임없는 선착순, 줄서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나마 수강신청 시스템은 이번에 ‘장바구니’를 도입해 좀더 편리함을 구축한 편이다.

하지만 사물함은? 사물함 신청을 계속 선착순으로만 운영한다면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을 몇 시간씩 빼앗을 뿐만 아니라 사물함을 신청하는 시기인 2월과 8월, 가장 춥고 더운 시기에 학생들을 더욱 지치게 할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선착순 대신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기숙사처럼 일정한 기준을 정해 추첨을 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것이고, 또다른 좋은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사물함이 비효율적인 신청 방법 때문에 많은 학생들을 울리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보윤(분생·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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