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인터넷 강의 개설 수 9개

 



“우리학교에 인터넷 강의가 있다는 사실을 4학년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이세연(중문·04)씨는 우리 학교 ‘인터넷 강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5년간 학교를 다녔지만,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는 친구를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이씨는 “인터넷 강의가 학업 성취에 좋을 지 확신도 안 서고 불안해 수강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인터넷 강의가 수적으로 활성화되지도, 질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인터넷 강의는 1998년 처음 시작해  올해 11년 째 이어오고 있다. 사이버 캠퍼스(cyber.ewha.ac.kr)에 게시된 설명에 따르면 우리학교 인터넷 강의는 ‘100% 온라인 강의 지원’·‘오프라인 교실 강의에 사이버 강의 보조’·‘타 대학과 학점 교류’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 인터넷 개설 강의 9개, 대부분 영어강의

2008년 2학기에 새로 개설된 인터넷 강의는 단 9개다. 그 중  3과목은 현장강의에 인터넷 강의가 보조로 활용되는 ‘인터넷 활용 수업’이고, 그 3과목을 제외한 6과목은 100% 인터넷 으로만 진행되는 강의다. 이 중 7개 강의가 정원 35명의 영어 강의다. 이는 타대 인터넷 강의 개설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성균관대는 이번학기 총 112개 강의를 인터넷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인터넷으로만 진행되는 ‘100% 사이버 강의’는 70개, 현장강의와 인터넷 강의를 접목한 ‘블렌디드 러닝 강의’는 42개를 개설했다. 이 외에도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의를 동시 촬영해 인터넷에서 반복학습이 가능한 ‘e+강의’도 125개에 이른다.

한국외대는 교양 31과목에 전공 2과목 등 33개 강의를 인터넷 강의로 진행한다. 교양 중 글쓰기 강의 28개는 수강인원이 꽉 찼다. 한국외대 ㄱ(영문·02)씨는 “수강신청 때 인터넷 강의는 인기가 많아 자리가 가장 빨리 찬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와 달리 강의실 배정과 같은 공간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시간 제약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숙명여대 반소영(영문·05)씨는 “취업한 학생이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이 모자란 학생에게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 집중도 떨어지고 교감도 안돼

그러나 인터넷 강의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학 수업을 인터넷 강의로 수강한 김승민(사회·05)씨는 “교수님 혼자 수업을 진행하시니까 수업을 집중해서 듣긴 어렵다”며 “친구의 경우 동영상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교육철학개론’을 인터넷 병행 강의로 진행하는 교육학과 조경원 교수는 “인터넷 병행 강의일 경우에는 학생과 토론이나 대화를 하는 것은 현장 강의에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반소영씨에 따르면 강의가 매번 새롭게 녹화되는 것이 아니라 몇 학기에 걸쳐 재생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무성의한 강의’를 듣게 되는 위험도 있다. 숙명여대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는 경희대 ㄴ(사회·04)씨는 “연애도 눈이 마주쳐야 교감이 되듯이, 강의도 대화가 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강의가 좋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도덕성’도 시험대에 오른다. 경희대 ㄴ씨는 “인터넷 동영상을 모두 재생하면 출석체크가 되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리시험도 가능하다. 한국외대 이영준(영문·01)씨는 “성균관대를 다니는 친구의 인터넷 강의를 대신 듣고 시험을 봐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경민(언론·02)씨는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잠자는 학생이 많은 현실에서 대학생들이 인터넷 강의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현장 강의의 바람직한 대안이 되려면.

우리 학교에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되면 긍정적인 효과도 발생한다. 

매 학기 수강신청 때마다 강의실이 모자라 분반을 더 개설하지도 수강인원을 늘리지도 못하는 우리 학교 ‘수강신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국외대 이영준씨는 “대학 수업은 정보만 얻는 것이 아닌 교수님의 지혜를 얻는 것”이라며 “교재가 충분하고, 혼자 공부해도 무난한 한자나 컴퓨터 같은 교양 과목 정도로 인터넷 강의를 제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경원 교수는 “100% 인터넷 강의가 아닌 ‘인터넷 활용 강의’의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인터넷 강의로 예·복습을 하게 하거나, 강의 시간 조절을 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멀티미디어교육원 담당자 남정현씨는 “국내·외 대학들의 사례를 볼 때 100% 인터넷 강의는 수강생들이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사이버 대학의 경우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학교의 인터넷 강의는 교수님과 학생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개선해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누리 객원기자 bellarus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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