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현상문예 시부문 가작

여행

봉분같이 부푼 엄마의 똥배를 본다
배꼽에 뿌리를 심고 출렁대는 한 뙈기 땅
사람을 품었던 땅은 사람을 기억한다
푸성귀의 낡은 손금처럼 뻗은 수맥 따라
쿨렁이는 땅의 성대를 진맥해본다
그 목소리의 마디 마디를 짚고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싱싱한 탯줄 한가닥 만날 수 있을까
깃털보다 가볍던 어린 심장을 만날 수 있을까

 

자궁의 우듬지에서 옹알이하는 푸른 숨을 마시기엔
젖은 솜이불마냥 무거워진 나를 재는 아침
세상의 뒤란에 내쳐진 둥지를 본다
귓바퀴를 타고 굴러오는 익숙한 맥박소리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고 비워낸 여유
그 자비로운 똥배의 능선을 타고 나온 生들
옹기종기 식탁앞에 모여 앉았다

 

더 깊은 둥지를 키워내기 위해
몸살에 바르르 떠는 똥배
똥배에 물꼬를 트고 마주 앉은 웅장한 여행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