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대장정 대학생 안전을 위협하다


 최근 국토 대장정에 참가한 학생이 행군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등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리한 행군, 의료시설 부족, 주최 측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참가 대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 폭염 속에서도 무리하게 행군 진행해
 이번 여름 ygk 국토 대장정 통영 루트에 참가한 전나눔(사과·08) 씨는 “첫날 행군에서 8∼9kg의 군장을 매고 한 시간 반 만에 8km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행군으로 대열에서 뒤처지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토 대장정은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행군을 강행한다. 2008 박카스 국토  대장정은 지난 7월7일(월) 여대생이 폭염 속에서 걷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날 행군을 하던 경주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2000 국토순례에 참가한 박소영(국문·07) 씨는 하루에 45km를 걸었다. 박씨는 “일정을 맞추려고 새벽3시에 산을 오르는 일도 있었다”며 “개인짐만이 아니라 돗자리, 냄비, 버너 등 공동짐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경옥 교수(보건관리학과)는 “행군이 몸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기는 근육, 심폐기능, 순환기에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사전에 간단한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119 구급차 없이 행군,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해
  일부 국토 대장정은 참가자들에게 의료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00 국토순례 박소영씨는 “119구급차는 물론 일반차량 없이 행군했으며 전문적인 운영지식을 갖춘 운영진이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3일째 되는 날 일사병으로 쓰러져 온몸에 마비가 와 응급조치를 받아야 했을 때도 전화로 부른 119구급차가 오지 않았다”며 “마침 지나가던 구급차를 간신히 얻어 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카스 국토 대장정을 다녀온 성신여대 서민지(문화·08) 씨도 “의료진이 부족했다는 점이  “의사가 1명이어서 야간에 임시 의료텐트가 열리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의료상자로 직접 치료하거나 참았다”고 말했다.
 2006년 3월에도 ‘걸어서 횡단 국토 대장정’을 진행하던 한국소년탐험대장 ㄱ씨가 다리 통증을 호소한 대원에게 의료적 지원을 해주지 않아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고려대 구로병원 스포츠의학실의 박세현 씨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체력적인 행사에는 반드시 전문적인 의료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체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목표를 가진다고 해도 모두가 다 똑같은 기록을 달성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경옥 교수는 “비의료인도 의사의 조언 하에 올바른 지침을 받고 간단한 응급조치법을 익힌다면 충분히 응급처치 요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준비가 충분히 됐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 급식업체 중간에 철수하기도
 주최 측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배급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ygk 국토 대장정 포항 루트에 참가한 ㄱ(예술대·07) 씨는 “국토 대장정 도중 이동 급식업체가 주최 측과 갈등을 일으키다 돌연 사라져 식사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완주가 5일 남은 상태에서 그만둘 수도 없었다. ㄱ씨는 “급식업체가 철수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루트와 불가피하게 합쳐져 밥을 얻어먹기도 했고 닭 한 마리를 네 명이 함께 나누어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금숙 교수(법학과)는 “문제가 된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이동 급식업체를 선정한 주최 측과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한 급식업체 양측이 모두 잘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청소년 그린캠프 봉사단의 오길산 단장은 “자체 급식 제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제일 좋지만 그러한 상황이 안 될 경우라도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사전예방책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 대장정 악순환은 계속된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국토 대장정은 1998년 박카스 국토 대장정을 시초로 하고 있으며 이후 기업후원, 청소년단체, 비영리단체 등 여러 단체를 바탕으로 다양한 목적과 취지를 가진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이 설립됐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긴 ‘국토 대장정’의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도 2005년 흥사단이 주최한 국토 대장정이 아무 언급 없이 경제난 때문에 행사 직전 취소된 사건이 있었고 2005년 육영재단이 주최한 국토 순례단에서는 성추행 사건도 있었다.
 한국 청소년 진흥 센터(www.kysc.or.kr)에서는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한 프로그램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증된 프로그램 중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은 아직 없는 상태다.
 그린캠프 오길산 단장은 “안전한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을 선택하려면 인터넷을 이용해 무작위로 홍보하는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지와 목적이 명확한지, 전문가적 경험이 있는 단체인지 활동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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