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MBC 드라마 ‘이산’은 영·정조 시대의 역사를 드라마화 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혜경궁 홍씨’(견미리 분)는 궁 안에서 언제나 친절한 어머니 상으로 그려진다. 드라마 속의 ‘혜경궁 홍씨’는 정조(이서진 분)를 왕으로 세우는 데 공을 세운 홍국영(한상진 분)의 동생을 후궁으로 삼는다. 그러나 실제 기록된 역사는 이와 다르다.


 남편인 사도 세자를 잃은 혜경궁 홍씨는 한 평생 궁 안에서 쓸쓸한 생을 보냈다.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서의 홍국영은 혜경궁 홍씨의 가족, 정조의 외조부를 공격하고 있는 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드라마 ‘이산’만 보고 드라마 내용을 역사 사실로 믿었을 경우, 홍국영과 혜경궁 홍씨의 관계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사극 열풍이 불고 있다. 사극은 기본적으로 흥미로운 역사 스토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실화적 스토리 위에 놓인 남녀 간의 사랑·민족적 영웅 등의 이야기는 인기를 끌 수 있는 재미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드라마적인 요소를 최대로 끌어 올리려고 하다 보니 사극으로 본 역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경우가 있다.


 물론 역사는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기록되는 언어라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극의 가장 큰 문제는 사극의 내용을 무비판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대중들에게 있다.


역사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사극은 그대로 우리나라의 역사로 수용된다. ‘설마 그렇게 무식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선택제로 받고 있는 현 세대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국사나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 또는 이공계 수업을 받은 현재 20대 대학생들은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도 전혀 모를 가능성이 있다.


 국사·세계사는 역사와 선조들이 만들어 준 전통 지식의 산물이다. 모든 지식의 기본은 역사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문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역사, 더 나아가 세계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심화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장은 좁아진다.     


 과거를 알지 못하면 미래도 확실히 볼 수 없다. 영상으로 쉽게 익힐 수 있는 ‘사극’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다 보면 역사는 잘못 전수될 수 있다.


 ‘고등학교 국사가 사회 영역 선택 과목으로 있어도 되느냐’는 문제는 공공연히 있었다. 우리는 정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인류는 역사의 일부분에서 살고 있다. 역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 이전에 우리는 역사에게 선택받은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를 알고 비판적으로 이해하자. 미래의 역사를 바르게 써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                           

유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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