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캠퍼스 공사가 끝났다. 그러나 이화인은 여전히 공사 현장에 마련해놓은 좁은 길을 통해서 학교를 다닌다. 일방적으로 시작된 정문 공사 때문이다.


갑자기 시작된 공사로 학생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너네 학교는 공사가 취미니?”라고 묻는 타학교 친구의 농담은 웃어넘긴다 쳐도, 이번 공사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이화인은 이미 공사 때문에 충분히 많은 것을 양보했고, 우선순위를 빼앗겨왔다. 그런데 또 다시 정문을 부수고 새 정문을 짓는다.  공사가 끝나면 정문에는 교내로 통하는 차도가 생긴다고 한다. 등·하교 때 이화인이 구름 같이 몰리는 대강당 앞길에 차가 달리면 이화인도 위험하고, 학생을 위한 문이었던 정문의 의미도 빛이 바랜다. 이화인 대부분이 걸어다니고 후문으로 차가 오는데 굳이 정문까지 차도를 내려는 의도가 궁금하다.


현재 정문 앞에는 아치형의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매일 수많은 이화인이 종아리에 힘을 주고 그 다리를 건너지만, 아직 공사 진행상황에 대한 공지사항이 없다. 이화인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공사를 진행하는 길이 이화인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 못 짚었다. 이화인은 번듯하고 휘황찬란한 건물과 시설을 보고 싶어서 이화여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화인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을, 어쩐지 학교만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진송(국문·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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