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사회복지관 주최로 일주일에 두세번 목욕봉사 실시

“할머니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이동목욕차에 오르는 할머니를 반갑게 맞이한다.


한 달 만에 목욕을 준비하는 할머니는 조금 들뜬 표정이다. 자원봉사자들이 할머니의 겉옷을 하나씩 벗기자 지난번 목욕 후 제대로 씻지 못한 탓에 차 안에 지린내가 진동한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는 누구도 코를 쥐어 잡거나 찡그리지 않는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관은 3년 전부터 독거노인·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이동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목욕 봉사 대상자 대부분은 형편이 어렵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다. 봉사자들은 일주일에 할머니는 세 번씩, 할아버지는 두 번씩 씻긴다.


목욕 대상자 할머니를 만나고자 기자와 간호사·2명의 자원봉사자는 비탈진 주택가 골목길을 오른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엔 오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스산한 기운마저 감돈다. 오래된 주택의 녹슨 대문들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닫혔다.


오늘 목욕봉사를 받는 할머니는 골목 끝쪽에 있는 허름한 집에 살고 있다.


“할머니 계세요? 목욕봉사 왔어요!” 인기척을 들은 박점순 할머니(69세·서울시 서대문구)가 환한 모습으로 봉사자들을 맞이한다.


방안에는 치매를 앓는 김옥자 할머니(81세·서울시 서대문구)가 이불 위에 누워 화면이 떨리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보일러가 고장 난 방바닥엔 한기가 돌았다. 방벽은 온통 곰팡이가 슬어 까맣고, 이불은 할머니의 소변으로 군데군데 얼룩이 졌다.


“할머니 혈당검사 할게요. 조금 따끔하실 거에요” 야윈 할머니 손을 잡고 박보경 간호사가 혈당을 검사한다. 병이 있고 나이 많은 노인들은 목욕을 하다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목욕 전 기초건강검사를 한다. “건강이 좋지 않다면 목욕 대신 치료를 해야 해요” 박 간호사가 김 할머니의 가늘게 떨리는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기초건강검사를 마친 후 목욕차까지 이동하고자 할머니를 이불로 덮었다. 할머니는 조심스레 자원봉사자 오이성(61세·서울시 서대문구)씨 등에 업혔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욕조와 목욕용품·드라이기·빗 등이 준비된 이동목욕차는 작은 욕실이다. 온종일 누워 지내는 할머니는 허리가 약해 제대로 앉지 못한다. 할머니는 갓난아기처럼 다리를 구부리고 욕조에 누웠다. 곧 긴장을 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자원봉사자들 손에 맡겼다. 겨드랑이·발가락·엉덩이 사이사이 부드러운 비누거품이 닿는다.


10년 동안 목욕탕에서 때 미는 일을 했었던 최화자(68세·서울시 서대문구)씨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할머니를 씻긴다. “몇 년 전 제 남편과 시어머니는 이동목욕 대상자였어요. 병으로 남편과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매주 목욕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깨끗이 목욕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다간 노쇠한 할머니 몸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봉사에 참여하는 오이성 씨는 “목욕을 깨끗이 해드리고 손톱, 발톱까지 손수 깎아드렸던 할머니가 목욕하신지 3일 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라며 자원봉사로서의 슬픔을 털어놓았다.


자원봉사자 박기천(54세·서울시 서대문구)씨는 이동목욕봉사 초기 자원봉사자다. “처음 이동목욕봉사를 시작할 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차츰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는 이제 할머니들이 친어머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문성훈 사회복지사는 이화인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 참여를 요구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관은 이화여대 내에 위치해 있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의 봉사 참여는 많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기자가 자원봉사에 두 번 참여하는 동안 자원봉사자는 지역주민과 다른 학교 대학생만 있을 뿐 이화인은 없었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몸을 제 몸처럼 아끼며 깨끗하게 씻겨주는 자원봉사자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높이 섬기는 그들의 마음은 비누거품처럼 부드럽다. 오늘도 이동목욕차는 좁은 골목길을 부지런히 오른다. 욕조·목욕용품과 함께 사랑과 희망을 가득 싣고.


이영신 기자 harry012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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