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변 식·음료 가격 분석

김민소(건박악기·06)씨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는 학교 정문 앞 3분 거리에 위치한 ㄱ분식점에 갔다. 김씨는 5천 원짜리 된장찌개를 시켰다. 학생식당보다 2배 이상 비싼 값이다. 김씨는 “학생식당 찌개 가격에 비하면 비싼 편"이라며 "하지만 매번 같은 곳만 이용할 수는 없어 학교 앞에서 사먹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중앙대 박유라(건축·07)씨는 친구들과 학교 앞 한식집에 갔다. 김씨와 똑같이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음식 값은 3천500원이다. 우리 학교 앞 분식점보다 1천500원 싼 값이다. 돌솥비빔밥은 3천500원으로 우리 학교 앞 분식점보다 1천500원 싸다.

김민소씨는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학교 근처 ㄹ카페에 갔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켰는데 한 잔에 5천원이었다. 한편, 중앙대 박유라씨는 학교 앞 카페에서 4천원으로 같은 종류의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김씨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ㅂ스파게티 전문점에 갔다. 스파게티 한 접시가 만 원이 넘었다. 그러나 중앙대 박씨는 학교 앞에서 비싼 편에 속하는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6∼7천원으로 비슷한 양의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었다.

하루 동안 김민소씨가 학교 앞에서 음식·커피 값으로 쓴 돈은 총 2만원.

똑같은 종류의 음식·커피를 먹었지만 박씨가 총 1만3천500원 쓴 것에 비해 6천500원을 더 소비했다. 10만원으로 중앙대 박씨는 일주일 이상을 버틸 수 있지만 김씨는 5일이면 10만원이 금방 동이 난다.

이처럼 우리 학교 앞 물가는 다른 대학가보다 비싸다. 중앙대와 비교했을 경우 우리 학교 앞이 된장찌개 약 30%, 스파게티 약 40% 더 비싸다.

우리 학교 앞은 유동 인구가 많아 상인들에게는 장사하기 좋은 지역으로 꼽는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작 비싼 밥·커피 값 때문에 호주머니가 얇아지고 있다.

음식 값이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학교 앞이 타대보다 토지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앞에 위치한 ㄱ분식점 사장은 “이대 앞 음식점들의 비싼 음식 값은 비싼 임대료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탑 제3부동산 컨설팅’ 정보에 따르면, 이대 정문 앞 일방통행로 길은 한 평(3.3㎡)당 1억2천만~1억5천만 원이다.

인터넷 부동산 ‘스피드뱅크’에 매매로 나온 서대문구 대흥동 상가용 토지가 평당 약 7천만 원이다. 반면 중앙대가 위치한 동작구 흑석동 상가는 평당 약 2천만원이다. 우리 학교 쪽 토지 매매가가 중앙대 쪽보다 3배 이상 높은 셈이다.

한편, 김윤경(경제학 전공) 교수는 “음식점들끼리의 담합이 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우리 학교 앞 비싼 물가에 불만을 토로했다. 주영은(수교·06)씨는 학교 밖 음식 값이 너무 비싸서 거의 학내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주씨는 “이대 앞은 대학가라기보다는 상업적인 공간으로 인식돼 물가가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동언 간사는 “대학가의 비싼 음식 값은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상인들은 음식 가격은 재료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ㄹ카페 사장은 “커피는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데 우리는 좋은 브랜드의 커피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 앞이라고 특별히 비싸게 파는 것은 아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ㅂ스파게티 전문점 매니저는 "좋은 재료를 쓰고 있기 때문에 만약 다른 대학 앞에서 장사한다고 해도 같은 가격으로 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지 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