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사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은 약 12만명.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자녀도 4만5천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은 내국인들의 차별적·배타적인 시선에 상처받고 있다. 이런 아픔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결혼이민자들과 사랑의 손길로 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축제 열려
11일(일) 올림픽공원에서는 이주민들을 위한 다문화 축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몽골·베트남·방글라데시 등 14개국 이주민 등 5만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문화행사와 먹을거리를 통해 잠시나마 고향으로 돌아갔다. 다양한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진 이날 행사에서 내국인들의 차별적 시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제 한쪽엔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상담 부스가 마련됐다. 이주여성 인권상담소 김은경 소장은 “화목한 가정들의 공통점은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대화” 라며 “이주 여성들은 남편의 태도를 통해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무시하는지 느끼고, 기뻐하거나 상처받아요”라고 말했다.


6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태국 여성결혼이민자인 우싸 운댕(35)씨는 다른 여성결혼이민자들과 함께 축제에 참가했다. 그는 결혼 초 남편의 무뚝뚝한 태도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남편과 대화하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누워서 TV만 보고, 말을 걸면 대꾸도 잘 안 해서 힘들었어요” 그는 지금은 많이 자상해진 남편의 배려로 배화여자대학을 다니며 다문화교육을 받고 있다.


6살·7살 자녀를 둔 우싸 운댕씨는 자신뿐 아니라 자녀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에 쉽게 상처받는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내국인 엄마가 자기 아이를 데리고 가버린 적도 있었다. 우싸 운댕씨는 아이들을 보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그는 “우리도 다 같은 한국인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총선 후보였던 여성결혼이민자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7번으로 출마했던 필리핀 여성결혼이민자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씨(37세). 그는 1992년 8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외국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례는 헤르난데스씨가 최초다. 그는 ‘이주여성 네트워크’ 등에서 이주여성 권익보호 활동을 해왔다. 그는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문제와 외국인 노동자 문제 개선에 힘쓸 예정이다.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편도 아내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헤르난데스씨는 다문화 가정이 화목하려면 부부가 상대방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4살·15살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아이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상처받는 아이들을 필리핀 친정으로 보냈다. “국적·외모만 다를 뿐 우리는 다 같은 한국인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들을 위한 따뜻한 손길
이화 안에는 여성결혼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을 향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있다. 중앙동아리 ‘다정’은 여성결혼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05년 만들어졌다. 주 1회 여성결혼이민자의 가정방문을 통한 1:1 한국어교육,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 교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안해연(불문·06) 회장은 “이주여성들을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 이라며 “이주여성들을 마주치면 차가운 시선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한 미소를 보내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정은(사회·02)씨 외 이화인 8명과 타대생 5명으로 구성된 ‘이모션’팀은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습지도와 정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들은 LG-굿 네이버스 자원봉사 공모전에 당선돼 재정적 도움을 받게 됐다. 이씨는 “다문화 가정 자녀는 여성결혼이민자 자녀이자 혼혈인으로서, 이중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셈” 이라며 “다문화 가정 자녀도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기에 차별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되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신 기자 harry0127@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