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 공사 완료 이후 넓어진 캠퍼스·적극적인 장터 운영으로 예년보다 학생 참여 활발해

21(수) 대동제 첫날 오전부터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개막식 전 비는 그쳤지만, 이화는 오전에 내린 봄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채 마르지 않은 봄비에 이화인들의 열정이 더해졌던 2008년 대동의 장으로 들어가보자.

 

△전주에서 공수해온 천 인분 비빔밥
21일(화) 오후12시 대동제의 막이 올랐다. 개막식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천명의 이화인이 한꺼번에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이화인 한솥밥 먹기’였다. 천 인분 비빔밥은 전주에서 직접 가져와 전주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많은 이화인들이 비빔밥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커다란 비빔밥 그릇에 고슬고슬한 흰 쌀밥이 채워지고, 그 위에 각종 나물로 대동제 명제인 ‘이제, 껍데기는 가라’가 쓰여졌다. 옆에는 고명으로 맛깔스런 호박ㆍ도라지ㆍ고사리ㆍ시금치 나물 등이 올랐다. 고추장을 넣고 큰 주걱으로 밥을 비비자 줄을 서서 지켜보던 이화인들이 군침을 삼켰다. 비빔밥의 맛을 한껏 더해줄 참기름을 넣자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 천 인분 비빔밥을 먹기 위해 가장 먼저 줄을 선 변유정(생명ㆍ04)씨는 “이번 대동제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이라 참가했다”며 “그동안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너의 끼를 보여줘! 해방 톱텐
이화인들은 해방 톱텐에서 가수 못지않은 노래 실력과 끼를 뽐냈다. 참가자들은 새내기부터 당일 졸업시험을 앞둔 4학년, 대학 졸업 전 추억을 만들고자 무대로 올라온 관객까지 제각각이었다. 그들은 정문 앞을 오고 가는 이화인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참가자는 춤과 함께 이정현의 ‘바꿔’를 부른 ‘같은 그림 찾기’ 팀이었다. 자치단위 틀린 그림 찾기의 새내기 4명인 이들은 ‘너의 가식적인 총장/천막을 계속 치길 바래/언니가 계속 굶길 바래/그렇다면 바꾸길 바래’로 노래 가사를 개사해 관객들의 큰 박수와 웃음을 이끌었다.
이은지(특교ㆍ08)씨는 “언니들의 추천으로 새내기만 선보일 수 있는 춤과 노래를 준비했다”며 “대학시절 좋은 추억 하나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방 톱텐을 지켜보던 한성자(체육ㆍ88년 졸)씨는 “옛날에는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가사를 바꿔 불렀는데, 요즘은 주제가 자유로운 것 같다”며 “그때보다 노래도 잘하고 재미있는데 관객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열린 이화찻집
학생문화관 광장에서 이화찻집이 열렸다. 이번 대동제에서 처음 선보인 이화찻집은 총학생회가 공모한 대동제 프로그램에서 당선된 것이다. 이화찻집은 야외공간에 무대가 있어 동아리가 공연을 할 수 있고, 객석은 공연을 보며 쉴 수 있다. 이화 찻집에서 찻집을 열었던 작은 짜이집 회장 노숙경씨는 “수익금 모두 미얀마 사이클론 재해지역에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되는 대동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부족한 면도 있었다. 이화찻집을 방문한 이예슬(인문ㆍ08)씨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추워 실내에서 하는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연(정외ㆍ06)씨는 “이화 찻집이 하는 걸 지나가다 알았다”며 “사전에 홍보가 잘 안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당신의 상식은 어느 정도? 도전!이화벨
참가자들의 함성과 함께 학생문화관 앞 광장에서 도전!이화벨이 시작됐다. 30개 문제 중 15개 문제는 미리 나눠준 예상문제지에서 출제됐다. 답은 특수고용 노동자·전태일 분신사건 같은 시사문제와 레드카드 같은 학내 사안이 주를 이루었다. 장난끼 넘치는 사회자의 진행과 참가자들의 재치는 참가자와 이화인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최후의 1인은 30개 문제를 모두 맞추고 이화벨을 울렸다.
마지막엔 ‘타이타닉호 구명보트에 탈 수 있는 인원은?’·‘비의 매니저는?’ 등과 같은 넌센스 퀴즈를 맞춘 이화인에게 생협 상품권을 선물했다. 각 문제의 답은 ‘9명’과 ‘비만관리’였다.
최후의 1인으로 MP3를 수상한 박현(물리ㆍ05)씨는 “도전!이화벨을 참가해서 재미있었는데, 상품까지 타게 되서 더욱 기쁘다” 며 “상품은 MP3가 고장난 친구에게 선물할 예정”고 말했다. 생협상품권을 받은 조수현(행정ㆍ06)씨는 “지켜보기만 했던 대동제를 처음 참가해봤는데 재밌고 즐겁다” 며 “더 많은 이화인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한 민중연대 한마당
이화인들이 손에 촛불을 들었다. 지역주민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민중연대 한마당이 22일(목) 오후6시30분 정문 앞 광장에서 열렸다. ‘누구나 촛불을 들 수 있다’라는 명제아래 열린 이번 행사는 이화인과 지역주민이 함께하기 위해 기획됐다.
민중연대 한마당에는 대동제에 함께했던 서부지역 노점상 연합ㆍ다함께 이대모임ㆍ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 80명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사회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민중가요를 부르며 문선을 선보였다.
김솔희(소인발ㆍ05)씨는 “그동안 청계천에서 열렸던 촛불집회에 3번 참가했는데, 이번 대동제에서도 촛불 문화제를 한다기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24년 동안 이어진 ‘영산줄다리기’로 막내린 대동제
23일(금) 오후6시30분 3일간 펼쳐진  대동제의 막이 내렸다.
폐막식은 이화인의 함성이 가득한 운동장(스포츠스트립)에서 열렸다. 행사 도중 민중가요인 ‘바위처럼’ㆍ‘불나비’ㆍ‘처음처럼’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이화인들은  원을 그리며 율동을 했다. 
폐막식의 마지막은 24년 동안 이화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영산줄다리기가 장식했다. 이화인들은 ‘이화’와 ‘해방’팀으로 나누어 암줄과 수줄을 옮겼다. 몸줄 둘레 1.5m·무게 5톤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영산줄이었지만, 이화인들이 힘을 합치자 거뜬히 들어올려졌다.
암줄과 수줄 고리 를 엮어 비녀목을 끼우자 줄이 하나가 됐다. 곧이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자 이화인들은 힘껏 줄을 잡아당겼다.
세 경기 중 처음 두 경기는 ‘이화’팀이 이겼다. ‘이화’팀에 있던 법대 학생들과 구경하던 주민들이 힘을 보태 마지막 경기는 ‘해방’팀이 압승했다. 이화인들과 함께 줄다리기에 참여해 영산줄을 당긴 인근 주민 안석훈(서대문구ㆍ40세)씨는 “대학 축제가 점점 상업화되는 요즘, 이화에 영산줄다리기 같은 전통이 남아있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조현주(법대ㆍ07)씨는 “이화인들이 모두 하나 될 수 있어 즐겁고 신났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정주 총학생회장은 “이화인이 하나 될 수 있는 것이 이번 대동제 3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harry012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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