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시합이 끝난 후 양팀이 서로 악수하고 부둥켜 안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대회를 진행한 보람을 느껴요.”
매년 열리는 ‘이화인 하나되기 축구대회’는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사다. 이는 1995년 5월 체육과학대학 창립 50주년을 기념, 전 단대가 ‘하나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그렇게 올해로 14회, 축구대회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경기시간 30분·휴식시간 10분으로 진행하는 축구대회에서는 선수와 응원인원 외에, 조용히 운동장을 지키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선수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는 주심·운동장 라인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선심·그리고 운동장 밖으로 나간 공을 잡는 ‘볼걸’까지 모두 ‘축구대회 진행자’들이다. 경기 시작 전에 축구 골대를 설치하고, 경기 중에 패널티 박스가 망가지면 잽싸게 들어와 망치질도 한다. 체육대학 학생회 체육부 차장이자, 이번 축구대회 주심을 맡은 안소연(체육·07)씨는 “체대 학생들 30∼40명이 축구대회의 ‘뒤’에 있다”고 말했다.
체대 학생회는 축구대회를 담당할 체대 학생을 모아 축구대회 3주 전부터 대회 준비에 들어간다. 그렇게 모인 축구대회 진행자 30~40명은 홍보·조명·경기 진행 등 역할을 나눈다. 축구대회를 알리는 자보를 붙이고, 학교로부터 운동장 사용 허가를 받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화인 축구대회만의 경기 규칙을 참가자들에게 공지하고, 심판에게도 알린다. 심판들이 경기 규칙을 잘 숙지하는지 알기 위해서 구두 상으로 시험을 보기도 한다.


안씨는 작년부터 축구대회 진행에 참여했다. 작년에는 23팀·올해는 20팀이 경기에 참가해 그 중 19개 경기를 진행했다. 그는 “올해 경기일정이 자주 미뤄져서 진행하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축구 경기는 비가 와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경기를 할 수 없을만큼 비가 많이 와서 경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 진 팀 측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도 해, 진행자들이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다. 심판은 ‘어느 팀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항의가 들어와도 재경기는 없다.
핸들링(축구에서 손 또는 팔을 공에 대는 경우에 범하는 반칙) 등을 심판이 못 보고 지나가면 선수들이 ‘왜 못 보냐’며 격하게 항의를 하기도 한다. 안씨는 “심판도 사람이라 선수들의 모든 행동을 다 보진 못한다”며 “즐겁게 하자는 축구대회인만큼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열기가 고조되면 관람객들이 운동장 라인 가까이 다가오는데 위험하니 트랙에서 2줄 밖에서 관람하는 규칙을 지켜줬으면 좋겠고, 경기 후 쓰레기도 잘 치워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응원도 다채롭다. 안씨는 “공대는 응원하는 사람까지 모두 옷을 맞춰 입었고, 어떤 단대는 야구장에서 쓰는 응원용 막대풍선도 가져오거나 사물놀이를 하기도 해서 볼거리가 많다”고 전했다.


안씨는 “학교를 다니는 한, 계속 축구대회를 진행하고 싶다”며 축구대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힘든 점이 있어도 참가자들의 열성과 화합을 보며 진행자들은 즐거움을 느낀다. 
평소 각 단대 간 화합이 드문 학교 분위기 속에서 축구 경기가 끝난 후 모두 모여 함께 웃고, 뒷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그동안의 고생을 씻어냈다.
‘이화인 하나되기 축구대회’ 진행자들의 이러한 묵묵한 손길로, 5월 이화의 운동장은 더 푸르게 그리고 더 활기차게 ‘하나’가 되고 있었다.


하누리 객원기자 bellarus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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