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5월의 토요일 오후, 이화­삼성 교육관 703호는 수강생들로 가득 차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부터 어머니뻘 되는 50대까지 다양하다. 오후2시부터 8시까지 계속되는 수업에 지칠 법도 하지만, 조는 사람 한 명 없이 수업에 열중한다.


이화­삼성 교육관에 있는 평생교육원은 1984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됐다. 현재 2천555명이 평생교육원에서 수강 중이다.


평생교육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는 자격증 과정인 미술심리지도자 과정·병원코디네이터 과정·이미지컨설턴트 전문가 과정이다. 이중 이미지 컨설턴트 전문가 과정은 전국 평생교육원 중 우리 학교에만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부산·울산·대전 등에서 KTX를 타고 통학할 정도다. 이미지 컨설턴트 교육과정은 수강생이 이미지 관리를 하고 이미지 컨설턴트 전문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지 컨설턴트 전문가 과정 수강생들은 대부분 CEO·아나운서·리포터·보석감정사 등의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이다.
보석감정사이자 대학 강사인 이미령(36세·부산광역시)씨는 강의를 듣기 위해 매주 토요일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온다. “저의 이미지 변신에도 영향을 주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자신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법을 가르치고자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를 만들면 자신의 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은 수업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강생들은 강의뿐 아니라 같이 수업을 듣는 동료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자기계발과 교육이 평생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고지현(패션디자인 석사과정)씨는 수강생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인맥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움의 열정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몇 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학기 서양화예를 수강하는 신금순(57세·남양주시)씨는 평생교육원에 다닌 지 7년이 넘었다. 그는 “친구들은 취미로 등산을 하지만, 난 공부하고 배우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젊을 때 못다 한 공부를 하고 새 진로를 찾기 위해 평생교육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신은영(41세·일산 고양시)씨는 학점은행제 과정을 통해 학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점은행제는 학점이 누적돼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사학위 또는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신 씨는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다가 욕심이 생겼다”며 “학생 때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못다 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마친 후 꽃집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평생교육원은 자격증 과정·학점 은행제 과정·전문교육 과정·최고 지도자과정 등 매 학기 100개 넘게 개설된다. 평생교육원이 만들어진 이래로 24년 동안 배출한 수료생은 2만명이 넘는다.
평생교육원 김애련 교학실장은 “학생 때 배운 지식만으로 살아가기 어려워지면서 평생 교육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이상 평생교육원에 다닌 분들도 많다”며 “이화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거액의 이화발전기금을 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harry0127@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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