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시에 건물 밖에 재떨이 설치 가능

이화-포스코관(포관) 지하 1층 외부 돌의자 위에는 항상 빈 깡통이 두세 개 놓여있다. 이는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위한 ‘전용 재떨이’이다. 흡연자를 위한 재떨이가 달린 쓰레기통이 없는 탓에 생긴 것이다.

포관 지하1층 외부, 신체육관 옆 숲, 중앙도서관 앞, 학관 십자로 등은 공공연한 이화인의 ‘흡연 장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에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없어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주로 포관 앞에서 흡연을 한다는 박송(경제·04)씨는 “깡통이 놓여 있는 포관도 깡통 입구가 열려 있기 때문에 재가 날려서 주변이 지저분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깡통이 없는 곳에서 흡연을 했을 경우, “꽁초를 건물 안까지 들고 가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불편이 있다”고 했다.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있으면 흡연 구역이 정확히 생기니까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에게 좋다는 것이 박씨 생각이다.

흡연자인 ㅈ(05)씨는 “깡통이 없을 때는 꽁초를 바닥에 버리기도 하는데, 청소하시는 분께도 죄송하고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ㄱ씨는 특히 중앙도서관 주변에 담배를 피울 곳이 없어서 “중앙도서관 내부 4층 야외공간에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9일 편의점 훼미리마트 고객 분석에 따르면 여성 흡연자는 2006년 28.8%, 2007년 31.7%, 2008년(1월 1일∼6일) 33.8%로 증가했고, 세븐일레븐 분석에서도 여성 흡연자는 2006년 18.2%, 2007년 19.3%, 2008년 20%로 계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화 안의 여성 흡연자를 배려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KSA) 홍성용 사업부장은 “시설 측에서 재떨이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흡연자가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만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며 “성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대학교에도 일정한 장소에 일정한 간격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흡연자인 이세연(중문·04)씨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깡통이 교내 곳곳에 놓여있어 미관상 좋지 않다”며 “흡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없어서 흡연자들이 숲이나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면 비흡연자가 그 장소에서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송정은(체육. 06)씨는 비흡연자로서 “학교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자유지만, 흡연 구역이 따로 지정되어서 걸어 다니면서 흡연하거나 화장실 등에서 흡연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도록 흡연 구역이 따로 지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혜선(심리·05)씨는 “정확한 구역을 지정해서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고정돼 있으면 비흡연자인 우리가 그 장소를 피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전용 쓰레기통을 만들면 법적으로 금연구역인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흡연을 허용하는 것이 되므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금연운동협의회(KASH) 최진숙 외사무총장은 “학생의 건강을 위해 학교 전 구역 금연이 필요하므로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생기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본교와 금연대학교를 표방하고 있는 인제대학교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교는 외부에 담배 전용 쓰레기통이 마련되어 있다. 연세대학교 총무부 조영욱 담당자는 “2002년 교내 흡연실을 없앤 후 담배꽁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건물 외부 곳곳에 담배 전용 쓰레기통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숙명여자대학교 또한 교정 밖에 재떨이가 달린 휴지통이 설치되어 있다.

이에 본교 총무과는 “실내는 금연이지만 건물 밖은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논의 후 재떨이를 설치해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누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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