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둔 ㄱ씨는 교내 경력개발센터에서 제공하는 취업정보를 통해 화장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기업 인턴사원모집에 지원했다.

그러나 지원서를 내고 보니, 주최사는 ㄱ씨가 생각한 대기업이 아닌 이 기업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케팅 회사였다. 주최 측이 인턴모집공고에 잘 알려지지 않은 주최사 이름은 누락시키고 대기업 이름만 썼던 것이다.

ㄱ씨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인지 경력개발센터에 다시 문의하고, 상담한 후 이 회사의 면접을 봤다. 8주간 일정으로 인턴사원 경험을 하기로 한 ㄱ씨는 채용된 지 열흘이 되지 않아 회사로부터 ‘인턴 취소 통보’를 이메일로 받았다. 그러나 무계약, 무급으로 시작한 인턴이라 일방적인 ‘인턴 취소 통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작년 8월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인턴경험이 없는 취업준비생(3,1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회만 닿으면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한 응답자가 96.5%였으며, ‘무급이라도 인턴을 할 의향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73.0%였다. 실제로 작년 외교 통상부 인턴모집의 경우, 무급임에도 7: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노동부는‘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 예산을 지원, 인턴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노동부 ‘2008년 직장체험시행지침’에 따르면‘연수중 사고에 대비하여 재해보험을 노동부에서 일괄 가입’하며, 연수 기간 및 수당 등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연수수당은 ‘민간기업 월40만원, 사회단체·공공기관 월3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회사에 따라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수당만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2008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3,77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동부 청년고용대책과 조상헌씨는“노동부의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 기업이 자체적로 인턴을 모집할 경우에는 인턴사원에게 부당한 대우가 있더라도 노동부에서 법적으로 보호해줄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인턴사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5호 5항 및 동법 시행령 12조에서의‘입사 이후 3개월 이내 근로자’에 해당시킬 수 있는 정도이다. 따라서 회사 측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인턴사원에게 반드시 급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민간기업 뿐만이 아니다. 외교통상부 및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도 무급인턴을 채용하고 있다. 이에 외교부는“외교부의 인턴십은 외교 통상업무에 대한 배움과 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 실제 업무도 담당하는 기업체의 인턴제도와는 다르다”(2007년 매일경제 기사에 대한 8월 9일 외교부의 대응문)고 했다. 그러나 외교부 인턴모집공고에는‘주5일 근무, 9시 출근, 18시 퇴근’라는 정직원과 다를 바 없는 근무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 인턴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여성유권자연맹 강명희 기획부장은 “국회인턴은‘체험’이 목적이기 때문에 보수 문제는 의원실에 따라 해결하는 것에 맡긴다”고 말했다.

노동부 근로기준과 박윤경 사무관은 “회사와 근로자 간 계약이 성립되어야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인턴은 법적으로 이러한 계약조차 성립되지 않는 단계인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근로 계약은 구두로‘무급으로 일만 배우겠다’고만 말해도 계약 성립이 되기 때문에 인턴지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근로자가 아니라도 인턴사원이 무급으로 근무를 하거나 아이디어 등을 제공했다면 노동력 착취가 맞다”며 “취약한 학생의 지위를 이용한 노동력 착취를 보호할 법이 지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누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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