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하는 대학생
쓴소리하는 대학생
  • 유명진 기자
  • 승인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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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부르는 말은 ‘88만원 세대’다. 개성도, 미래도, 사상도 뚜렷하지 않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평균 ‘88만원’을 받게 될 빛나는 청춘이다. 사회는 친절하게 88만원세대의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해 줬다. 영어와 학점, 외모까지 완벽해야 하는 ‘알파걸’이나 ‘슈퍼우먼’이 그 멋진 해결책이다. 이 사회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토익은 900점이 기본이어야 하고, 학점은 4.0이 넘어야 하고, 간판 좋은 대기업에 입사해야 성공한다는 ‘약육강식’의 법칙이다. 이름하여, 우리는 대학생이다.

그런데 별종이 나타났다. 성북구의회의 의정활동을 감시하고 22명의 구의원들에게 ‘쓴소리 편지’를 써 보낸 김승민(사회·05)씨다. 김씨는 영어와 학점,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편지쓰기’를 했다. 그것도 성북구 주민들을 위해서 한 일이다. 취업에 그리 좋은 경력도 아닌 시민단체 활동도 하고 있다. 그것도 핏줄 하나 안 닿은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다. 

사회에 날카로운 잣대를 대고, 발칙한 쓴소리를 뱉어내는 대학생이 영웅이 된다. 취업을 위해 경영학과를 선택한 게 아니라, ‘사회를 바꾸겠다’는 믿음만 가지고 사회학과로 전과했다고 한다. 혀를 내두를 일이다. 점점 개인화되고 자기 앞가림하기 바쁜 대학생들 속에서 김씨는 진짜 별종이다. 김승민씨는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생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믿고 행동하는,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날카로운 눈으로 읽어낼 줄 아는 ‘시민’이 됐다. 

점차 개인화되고 개별화되는 사회 속에서 대학생들이 내가 아닌 사회, 사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일 잘 못하는 구의회에 편지 몇 장 보내는 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다. 잘못된 행정 시스템을 고발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주장하는 일,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일이다.

우리가 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단지 취업하는 법이 아니다. 사회에 속할 수 있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내가아닌 큰 세상, 내가 아닌 큰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담론이 아니다. 작은 편지 한 장, 짧은 댓글 한 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대학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만큼, 좀 더 사회를 날카롭게 볼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비판적일 수 있고, 가장 솔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야할 곳, 곧 보호막 없이 부딪쳐야 할 사회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