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편이 투고된 제3회 글빛문학상은 예년에 비해 투고작도 늘었지만 그 수준도 높았다.  빈말 혹은 주례사가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유수의 대형 문학공모상에 비해 수준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화의 작가지망생들은 충분히 문학에 매진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즐거운 심사였다. 
   이처럼 모두 탄탄한 문장력과 깊이 있는 삶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행사변형의 방>은 문장 서술이 다소 산만하고, 너무 관념적인 서술이 반복되어 ‘진정한 자아 찾기’라는 진부한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기능을 했다. <앨리스를 만나다>는 강간당한 여대생의 용서와 복수를 다룬 소설인데, 부모의 죽음, 이모 아들의 유괴 및 성폭행,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상황 설정이 너무 인위적이었다. <첫차는 25시에 떠난다>는 초등학교 남자동창생 3명의 연애와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성장소설류이다. 연상녀와의 사랑이나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인상적이었지만, 초점화자의 배분이나 과거회상시점의 비효율성, 시점의 혼란 등에서 미숙함을 보였다.
   당선작으로 결정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열띤 토론을 벌인 두 작품이 <스도쿠를 푸는 시간>과 <연화전>이다. 두 소설은 너무 달라서 선택이 더 어려웠다. <스도쿠를 푸는 시간>은 대학문학상에 걸맞는 주제와 문체, 인물 설정을 보여준다. 20대 청춘의 좌절과 희망, 불확정성과 블완전성을 매력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스도쿠 게임이나 플래시 몹 등의 라이트모티프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가능한 주제와 정형화된 인물들이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선작인 <연화전>은 놀랍다. 너무 능수능란해서 기성작가가 쓴 소설 같다. 더구나 팩션적 역사소설이라는 것과 몇몇 영화를 연상시키는 것이 너무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역사를 현재화하는 능력, 글쓰기 주체로서의 여성과 여성에 대한 성적 기율 문제를 뚜렷하게 부각시킨 점, 이야기를 장악하면서 서사화하는 장편적 활력, 두 가지 이야기를 교체해가는 정교한 플롯, 인문학적 정보를 가공하는 능력, 감칠맛 나고 가독력 있는 문체 등등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제 당선자는 더 큰 물에서의 공식적인 작가가 될 일만 남았다. 건투를 빈다.
 

                                                                     2008년 4월 28일

                                                             이화글빛문학상 심사위원
                                         정미경(소설가)?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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