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깃든 이화 민주화의 정신

우리 학교 학생 문화관 앞 숲에는 세 그루의 열사목이 있다. 이 나무들은 지난 99년 이화민주동우회가 고(故) 최명아·김주리·박경희 선배를 기리자는 뜻으로 세웠다. 이들 모두 노동자?농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헌신하다 과로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부당노동행위에 맞선 노동자의 대변자 故 최명아씨
 학사모를 벗자마자 노동 현장에 뛰어든 최명아(행정·85년 졸)씨는 인천 그로리아 가구 노동조합 교육선전부장으로 활동했다. 89년 화재에 따른 인원감축으로 집단해고를 당한 후,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 민주 노총 등으로 자리를 옮겨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했다. 특히 IMF 시대적 상황을 빌미로 각 사업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자 이를 해결하려고 재벌개혁·고용안정 등을 주장했다. 98년 2월, 부당노동행위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농성을 시작하면서 극심히 피로가 누적되어 안면마비, 시력 저하 등 후유증을 겪다 같은 해에 뇌출혈로 과로사했다.
△스스로 주인인 공동체를 꿈꾸었던 故 김주리씨
김주리(정외·89년 졸)씨는 졸업 후 노동자로 살아갈 것을 결심했다. 미싱을 배워 봉제 공단에서 활동하다가 그는 장시간 일하면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인간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 현실을 보게 된다. 이 현실을 극복하고자 생산공동체 ‘미모사’를 결성했다. 노동조합 결성과정에서 해고 노동자들을 모아 생계를 해결하고 스스로 주인 되는 공장을 위함이었다. 김씨는 93년 7월 미모사에서 근무 중 화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결국 세상을 떠났다.
△농민과 애환·고통을 나눈 故 박경희씨
 박경희(경제·88년 졸)씨는 대학 시절부터 농촌봉사활동 준비위원장을 할 정도로 농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졸업 후에는 순창군 농민회 간사로 활동했다. 농민들과 동고동락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89년 7월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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