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산 생태탐방 현장을 가다

채플이 끝난 대강당 앞, 30명 남짓한 이화인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얼굴에서 어색함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지만, 약간씩 들뜬 표정이다. 교목실에서 나누어 주는 생수를 한 병씩 받아 들고, 학생들은 이남숙 교수, 이창숙 교수 등의 인솔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화동산 생태탐방의 시작이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양일간 10시 채플 이후에는 이화동산 생태탐방이 진행되었다. 에코과학부 이남숙 교수, 여성희 교수, 이창숙 교수, 김진옥 선생의 안내로 진행된 생태탐방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명을 주제로 한 채플을 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행사는 먼 곳에서 생명을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을 주목했다.
 “이대의 교화가 배꽃인데도 불구하고 학교 내엔 정작 배꽃이 없는 이유를 아세요? 바로 곳곳에 심겨진 측백나무가 배꽃과 상관관계에 있어서입니다.” 장윤재 교수(기독교학,교목)는 “학교 내에 있는 풀, 꽃의 이름도 모르고, 그 역사도 모르고 졸업하게 되는 상황이 아쉬웠다”며 “이화여대 학생들이 높은 지성 뿐 아니라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까지 갖춘 진정한 21세기 지도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출발한 지 스무 발자국 쯤 떼었을 때, 이남숙 교수는 대강당 옆에서 멈춰 섰다. 철쭉이었다. “여러분, 향기가 엄청나죠? 매일 지나치기만 했을 텐데 오늘은 한 번 자세히 봅시다. 대강당 바로 옆에 있는 자목련은 벌써 다 져서 아쉽네요.” 학생들은 꽃을 자세히 살피기도 하고, 직접 향을 맡기도 하며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스크랜튼 동상을 마주보는 자리에 있는 계수나무 앞에서 이남숙 교수는 “여기 토끼와 절구통 하나 가져다 놓아 주세요.”라고 말해 학생들이 즐거워하기도 했다.

 처음엔 30명 정도로 대강당을 나선 생태탐방이었지만, 학생문화관 앞 쯤 도달했을 즈음엔 지나가던 학생도 합류해 40명 정도로 늘어났다. 참가한 학생들도 지나가던 친구에게 “우리 지금 생태 탐방해. 함께하자”며 학생들을 모았다.

 학생문화관 앞 길쭉이 뻗은 나무는 자동차 CF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메타세콰이어의 사촌이라는 것, ‘잎이 넓다’는 뜻의 그리스어를 따 이름 지어진 플라타너스는 우리말로 버짐나무라고 불린다는 것, 전나무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늘 지나치기만 했던 나무와 꽃들을 자세히 보고 이름 속에 숨겨진 내용들도 하나 씩 알 때마다, 학생들의 탄성도 함께 터져 나왔다. 
 친구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추효선(분자생명과학부 08)씨는 “평소에 자연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막상 가까운 곳에 있는 식물들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강당 - 학생문화관 - 본관 - 헬렌관 앞을 지나 진선미관 앞 우물에 다다르자, 60년은 족히 넘었다는 플라타너스가 탐방에 참여한 무리들을 반긴다. 이남숙 교수의 제안에 따라 학생 세 명이 교수와 함께 플라타너스를 감싸 안아 본다. 어른 4명이 팔을 둘러야 겨우 안을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학생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크다고는 생각했지만 저 정도인줄은 몰랐다”고 감탄하는 학생도 있었다.

 시간관계상 40여 분 간만 진행된 ‘이화동산 생태탐방’은 학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남숙 교수는 “사실 교내의 식물을 제대로 다 알려면 한 학기를 소비해도 모자라다”며 “하지만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생태탐방을 마무리했다.

 이번 생태탐방을 함께 진행한 이창숙 교수(생명과학전공)도 “자연계열 학생 뿐 아니라 다른 전공의 학생들도 많이 관심을 보여주어 기뻤다. 지금까지 이런 아름다운 꽃들을 보여 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주어져 좋았다.”고 말했다.

 이화동산 생태탐방은 앞으로 벌어질 ‘정취 있는 캠퍼스 만들기 운동’의 시작에 불과하다. 교목실과 더불어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동아리 뿌리와 새싹, 야생 조류회, 자연사 박물관 등이 힘을 모아 아래에서부터의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장윤재 교수는 “학교 내 공사로 파괴된 생태계를 꾸준히 보살필 예정”이라며 ‘이화동산 생태탐방’을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학기 꽃과 나무를 주제로 시작된 생태탐방은 다음 학기엔 이화의 새, 그 다음 학기엔 이화의 곤충 등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채플에서 설명을 듣고 바로 참여했다는 송은정 (보교 06)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알찼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나무친구 만들기’같은 각종 행사에도 꼭 참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나무친구 만들기’는 앞으로 벌일 캠페인의 하나로, ‘내 나친(나무친구)을 소개합니다’공모전 등 자신과 나무와의 뜻 깊은 사연, 앞으로 어떻게 돌볼 것인지를 발표, 시상하게 될 행사다.

 창립기념주간인 오는 5월 27일 10시 30분에는, ‘이화사랑 자연사랑’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우리 학교의 오랜 역사가 깃들여있는 신단수 옮겨심기, 진선미관 앞 새 우물 열기, 꽃 사진 예쁘게 찍는 법 특강 등이 열리게 된다.

 

김은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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