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실험기구 부족하고 실습 수업 수강 인원 제한 등 불편 겪어…조예대와 무용과 역시 실기 공간 부족

  박미선(환경공학?06)씨는 전공인 ‘수질오염학 및 실험’에서 75분 수업 중 22분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은 15명인데 실험에 필요한 IC측정기는 1대 뿐이었기 때문이다. 3~4인으로 구성된 한 조가 기계의 구성에 대한 설명을 듣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2분. 박미선씨의 조가 설명을 듣는 동안 다른 조에 속한 학생들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실험 결과도 수업이 끝난 후에야 확인 할 수 있다. 측정기 수가 부족해 강의 시간 안에 실험을 모두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악한 실습·실험 환경으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공과대학(공대)학생들의 경우실험 기구가 부족해 수강신청 인원을 제한받거나 오래된 기구로 인해 제대로 된 실험을 하지 못한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은 과별로 실습실 수가 달라 공간이 부족한 과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또 시설이 낙후돼 실습․실험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과도 있다.

실험 기구 문제…수강 인원 제한 및 실험 불편으로 이어져  

실험기구가 부족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도 마찬가지다. 행정실에 따르면 공대 컴퓨터 실습 수업의 경우 대부분 30명 안팎으로 수강인원이 제한된다. 실습이 진행되는 공대 컴퓨터실 125호의 컴퓨터 수가 42대 뿐이기 때문이다. 문아름(컴퓨터정통·학번)씨는 수강인원 제한으로 지난 학기 '자바프로그래밍' 수업을 듣지 못해 계절 학기를 들어야 했다. 문씨는 "2학기 수업에 필요한 내용인데도 컴퓨터 수가 부족해 강의를 들을 수 없었다"며 "학기 중에 개설된 수업인데도 따로 돈을 내고 계절학기로 들어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행정실 측은 " 이 수업의 수강 제한 인원은 80명이었다."고 말했다. 신아람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대표는 "컴퓨터와 강의실 숫자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실습 수업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기구가 낡아 불편을 겪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현재 전자정보통신공학(전자정통)과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로부터 1년에 1억5천만원을 지원받는다. 지원금 중 9천만원 이상은 실험기구를 구입하는데 사용하게 돼있다. 전자정통과 행정실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9천만원 이상의 실험기구를 구입했다"며 “현재 실험도구는 거의 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보영(전자정통·06)씨는 “기초회로실험에 쓰이는 실험기구들은 새것으로 교체됐지만, 베이스 유닛의 경우 손잡이 부분의 고장으로 세밀한 눈금 측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공대 김명희 학장은 "내년에는 공학인증을 위해 실험기구를 보충하는 등 실험 환경 개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습실

조형예술대학의 경우 각 과마다 배정된 실습실 수에 격차가 심하다. 김해인 섬유예술학과 대표는 실습 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공간 부족을 꼽는다. 염색 실습실이 한 개 뿐이라 염색 작업 시 복도에서 염색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해인 대표는 “서양화과 학생들은 학년별로 실습실이 있어 아무 때나 작업이 가능하다”며 “이에 비해 섬유예술학과는 강의실뿐만 아니라 제대로 작업할 공간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섬유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은 총 166명이지만 실습실은 컴퓨터 실습실을 포함해  5개뿐이다. 반면 서양화과(재학생 207명)는 14개의 실습실을, 동양화과(재학생 130명)는 8개 실습실을 사용하고 있다. 또 동·서양화과의 경우 학년 별로 실습실이 2~4개씩 있는 반면 섬유예술학과는 염색, 직조 등 작업별로 구분이 돼있어 학생들이 작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섬유예술학과 행정실은 “공간 확보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간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는 이들 중에는 무용과 학생들도 있다. 손현지 무용과 대표는 “실기실이 부족해 반으로 나눠 연습을 한다”며 “체대 농구장 등에서도 연습하는데 거울이 없어 하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현재 무용과 재학생은 132명인데 비해 연습실은 4개뿐이다. 때문에 무용과 학생들을 실습을 할 때 실습실 사용을 포기하기 일쑤다. 외부 장소를 개인적으로 빌려서 연습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생복지센터 이종원 주임은 “불편을 겪고 있는 과의 학과장이나 담당교수 등 관계자가 모여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며 “건의가 들어오면 학생처는 필요한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담당자와의 연결을 위해 중간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후된 시설로 실습․실험 불편 호소  

낙후된 시설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조소과는 외부 작업장의 설비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조소과 건물 옆 자투리 공간에 설치된 실외 석조·목조 작업장은 간이시설 수준이다. 석조 작업장의 경우 작업장을 둘러싸고 있는 방음벽이 부분부분 뚫려있고 구멍이 없는 벽도 철봉으로 지탱 중이다. 작업장의 일부를 간신히 덮고 있는 지붕은 고무천막이며 난방시설은 찾아볼 수 없다. 오민경(조소?06)씨는 “지붕이 없어 비가 오기라도 하면 속수무책”이라며 “밤새 작업을 준비할 때는 추위 때문에 내내 고생한다”고 말했다.

음대 학생들의 방음시설에 대한 원성도 높다. 김민경 작곡과 대표는 “옆 교실의 소음 때문에 교수님 말씀이 잘 전달되지 않아 수업진도가 늦어지기도 한다”며 “몇 년 전부터 방음시설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결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음대행정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흡음방음시설은 돼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한 방음시설을 갖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남석진 시설과장은 조소과 외부 작업장의 경우 "조예대 측에서 건물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디자인을 받는 대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음대 방음시설의 경우 "방음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시설이 오래 됐기 때문"이라며 "아직 예산이 나오지 않아 당장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강애란, 김기혜 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