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자사 한 단계 높인 한글"
"인류 문자사 한 단계 높인 한글"
  • 이채현 기자
  • 승인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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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 교수(국어국문학과) 인터뷰
“만약 한글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어떤 문자 생활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시대가 변하는 만큼 언어도 변한다. 외래어와 속어가 일상어처럼 쓰이는 오늘날, 우리말의 기원과 음운(音韻)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 학자가 있다. 바로 우리 학교 박창원(국어국문학과)교수다. 그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경남대·인하대 교수를 거쳐 1994년, 우리 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재직 중에는 국립국어원 어문규범연구부장을 겸임하고, 3년간 한국어세계화재단의 운영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는 현재 문화관광부 국어상담소에서 한국어상담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전국 상담소연합의 수습부의장을 맡고 있다. 국학을 연구하기 위해 국문과에 진학했다는 그. 박창원 교수의 연구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는 『한영일 음운대비』·『훈민정음』 등 10편 내외의 책을 저술했으며 100편 내외의 논문을(구두 발표까지 합치면)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우리 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장·인문학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국어학자의 길을 걸은 지도 36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는 앞으로 “음운의 변화 과정을 인간의 인식이나 삶의 과정과 연관시켜 서술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글날을 기리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한글 창제 이후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자가 생겨났다’는 것이 첫째고, ‘전체 인류의 문자사 단계를 한 단계 높였다’는 것이 두 번째 의미지요. 이런 점에서 ‘한글날’은 세계적으로도 역사적인 날입니다. 이러한 한글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겨보는 날이 한글날이구요. ‘한글’은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에게 당연히 쓰이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의미를 잊기 쉽지요. ‘우리의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께서 전공하고 계신 음운론(音韻論)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음운론은 인간의 ‘발음’과 관련된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지요. 즉, 인간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소리에 대한 분석과 종합 등이 음운론에서 하는 일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음운론에서 다루는 대상의 하나가 ‘음소’인데, ‘음소’란 언어의 의미를 구분하는 아주 작은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달’과 ‘탈’은 ‘ㄷ’과 ‘ㅌ’의 차이에 의해 의미가 구분됩니다. 여기서 ‘ㄷ’과 ‘ㅌ’ 등을 음소라 하고, 이것이 음운론의 연구대상이 되지요. 그리고 ‘ㄷ’과 ‘ㅌ’의 차이란 ‘유기성의 있고 없음’을 말하는 것인데, 이러한 ‘유기성’이 국어 음운론의 연구 대상이 됩니다. 아울러 음운론에서는 음소와 음소가 만나 변화하는 과정도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색연필’이 ‘생연필’로 발음되고, ‘목요일’은 ‘모교일’로 발음되는 과정과 원리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이외 음운론에 다루는 분야가 많은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의 발음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연구하는 분야가 음운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글의 어떤 매력에 빠져서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까
한글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매력은 한두 마디로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요. 간략하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해보겠습니다.

첫째로,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신 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고 능력 혹은 정신 능력은 문자의 사용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민족의 정신은 한글 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글을 연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둘째, 한글은 인류 문자사를 한 단계 끌어 올렸습니다. 즉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하여 문자를 만들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는데, 그 중 한글은 가장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에서 이루어진 음소 문자를 한 단계 발전시켜, 문자의 역사를 새로 쓰게 했지요.

셋째, 한글 그 자체가 문자 역사상 가장 조직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의 모양을 보면 문자의 관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예를 들어, 자음의 경우 문자의 모양을 보면 조음 위치를 짐작할 수 있고, 문자 모양을 비교해 보면 조음 방식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한글만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징은 충분히 연구자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이지요.

- 대학원 시절부터 35년 가까이 국어학 연구를 하신 셈인데, 특별히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으십니까.

옛날 대학원 석사 시절 경제적으로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책을 마음대로 사 볼 수 없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국어의 현지 조사에 대한 인식과 연구가 지금보다 크지 않던 시절, 석사 논문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 때 연구 방법과 조사 방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요. 요즘에는 언어 연구 내지는 국어 연구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현재는 활동을 많이 하고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음운론에 대해 틈틈이 연구와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중국이나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특강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북한 학자들도 만나서 토론도 하고 교류를 위해 국내 서적을 선물합니다.

-필리핀에서 열린 <제3회 한글학교 교장·교원 연수회>에서 특강을 하셨다는데, 어떤 내용의 강의인지 알려주십시오

한 가지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지구에 외계인이 왔습니다. 외계인이 보니까 비좁은 지구 안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족이 살고 있고, 또한 그들은 수많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외계인이 대담할 수 있는 지구 대표인을 선발하기 위해 각 종족에게 요구하기를 ‘스스로 만든 언어를 사용하는 종족만 남고 다 들어가시오’했다고 가정합시다. 두 종족만 남았습니다. 그러자 다시 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문자를 누가·언제·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종족만 남으시오’ 한다면 우리 한국 종족만 남게 됩니다.
이렇듯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 중 ‘누가·언제·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문자입니다.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과 특징’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다른 활동 때문에 수업하기가 힘들지 않으십니까

교수가 외부에서 연구와 관련된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시적인 육체적 피로로 인해 힘들 때가 있기는 하지만, 교수의 본분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저도 도를 넘어서지 않을 정도로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문화로 인해, 요즘 학생들의 한글파괴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다시 창조되고 있는 문화 속에서, 언어와 문자 사용이 다양화되고 있지요. 이것은 사실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기존의 사고를 뛰어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통의 범위를 무시하는 행위로 인해 몇몇 문제가 생겨납니다. 이는 앞으로 지양해야 할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의 소통에서 할 수 있는 극단적인 표현에만 익숙하고, 보편적인 사고와 표현에 대한 결핍은 개인의 성장을 넘어서 민족의 장래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언어와 문자의 올바른 사용’은 개인과 민족의 미래에 관련된 것입니다.

- 한글날이 점점 잊혀지고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클 것 같습니다

인간이 언어를 만들었지만, 언어가 인간을 만들지요. 마찬가지로 인간이 문자를 만들었지만 문자가 인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간단하면서 필수불가결한 것은 언어와 문자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원리를 한 번 생각해보고, 전화로 통해 오는 친구의 목소리로 친구의 기분, 건강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이유를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더 노력이 필요하지요. 우리 것에 대한 생각, 한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시오

기본적으로는 제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더 해야겠지요. 고대국어에서부터 현대국어에 이르기까지 음운의 역사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서술하여 국어의 역사를 보편화하고 싶습니다. 또한 음운의 변화 과정을 인간의 인식이나 삶의 과정과 연관시켜 서술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전공분야에서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업적으로 종합하고 보완하여 ‘음운사대계’와 같은 책을 저술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순수학문 외에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 혹은 그들의 자녀에게 한국어를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발음 교재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해외 동포 자녀 혹은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전공 분야에서, 특히 이념과 체제로부터 자유스러운 국어학의 분야에서 남북의 학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우리 대학의 한국어문학연구소는 몇 년전부터 남북의 학술교류를 추진하였고, 조조만 결실도 내고 있습니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일을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