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중앙도서관 좌석표 발급기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있다. 이른 아침 고3 수험생의 교실처럼 조용한 가운데 가끔 노트에 ‘사각사각’ 메모하는 소리가 열람실을 채운다. 이제 중간고사까지 약 2주 정도 남았다. 6개 수업을 들으면 5개는 A+를 받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길래 평점 4.3에 가까운 성적을 유지하는 걸까? 지난 학기에 특대생으로 장학금을 받은 13명 중 윤새론(국문·05), 오정현(행정·06), 이정현(약학·06)씨에게 A+를 받는 비결을 들어봤다.

△필기도 과제도 철저하게…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무장
윤새론(국문·05)씨는 강의실로 발걸음을 바쁘게 옮긴다. 시계는 아직 수업 시작 30분 전을 가리키고 있지만 맨 앞 가운데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선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강의실에 도착하다시피 한 윤씨는 수업 전까지 강의 계획안을 살펴보거나 못 다 읽은 참고자료를 펼쳐든다. 수업이 시작하자 윤새론씨의 손이 분주히 움직인다. 교수가 던진 농담 한 마디도 놓치지 않는다. “나중에 필기만 보고도 그 수업 시간이 생생히 떠오를 수 있을 정도로 필기했어요” 수업 전 강의 계획안을 읽은 덕분에 그는 교수가 설명 하는 내용이 교재 어디에 있는지 재빨리 파악하고 적절한 곳에 메모한다.

그는 평상시에 과제나 발표도 철저하게 준비했다. 사소해 보이는 ‘쪽글 과제’도 참고자료를 읽은 후 과제를 시작했다. 과제를 작성할 때는 사전을 확인해가며 맞춤법에 맞게 정확히 쓰려고 노력했다. 적확한 접속부사를 선택하고 가급적 한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았다. 단락 순서 등에 신경을 썼다. 글 전체의 호흡을 살피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점검하곤 했다. 그는 리포트를 꼼꼼히 준비하며 글쓰기 실력이 늘어 서술형 시험을 볼 때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 현대시의 이해’는 이러한 그의 성실함이 빛을 본 과목이었다. ‘한국 현대시의 이해’ 담당교수는 중간고사를 수시과제를 평가하는 것으로 대체했고, 시를 읽고 감상을 적어내는 쪽글을 포함해 조 발표, 기말보고서를 내게 했다. 그는 평소 성실한 태도를 유지해서인지 남는 것이 많았고 성적도 잘 받았다.

윤새론씨는 가장 먼저 보는 시험 날짜를 기준으로 적어도 1주일에서 2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돌입한다. 먼저 '장인정신을 담은 필기'를 읽으면서 수업 장면을 연상한다. 그 다음에는 주 교재를 정독한다. 주 교재에서 필기에 없던 내용과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을 찾아 공부하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교수님은 공부해야 할 것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만 강의하시기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은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 하죠”

△수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예습, 수업의 키워드를 찾는 복습
오정현(행정·06)씨의 성적에 숨겨진 비밀은 ‘복습’이다. 전공과목을 공부할 때 그는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한번 훑어본다.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한다’가 오씨의 신조로 매일 30분 남짓한 시간을 투자해 복습을 한다. 이때 무조건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수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포인트다.

“내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이런 내용이 나왔는지 정도만 확실히 알아도 공부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교양과목은 암기가 시험공부의 핵심이기 때문에 평소에 공부하기보다는 시험기간에 집중적으로 암기를 한다. 재미있고 실용적인 내용은 주변 사람들에게 수업 내용을 의식적으로 말하면서 머리에 각인시키기도 했다.

수업이 시작하자 오정현씨는 교수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온 정신을 집중해 교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별도로 판서되는 내용은 세심하게 적는다. 어느 순간 교수가 어떤 부분을 강조하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낀다. 오씨는 이 부분에 ‘별표세례’를 한다. 틀림없이 다음 시험에 출제될만한 중요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수업시간에 파악한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그는 마인드맵을 만들어 수업 내용을 정리한다. 복습할 때는 필기 내용을 바탕으로 마인드맵을 새로 짠다. 그리고 마인드맵에서 중요 개념 간의 관계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 “시험문제를 풀 때도 당황하는 일 없이 내가 구성한 답안을 술술 적어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현씨는 시험공부 계획을 세울 때 공부시간 분배에 특히 신경을 썼다. 그는 수강하는 모든 과목을 백지에 쭉 써놓고 하루하루 공부한 과목을 기록했다. 이 종이를 책상 앞에 붙여두고 과목당 공부한 시간을 파악해가며 공부시간을 조정했다. 또한 여러 과목을 1시간 반에서 2시간 단위로 번갈가면서 공부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각 과목의 특성에 따라 공부하는 방식이 달라서 번갈아가며 공부하면 지루하지 않게 시험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 과목을 공부 할 때는 소단원으로 나누어 공부했다. 중간에 다른 과목으로 바꿔 공부하면 그 단원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시간에는 긴장하지 않는 태도와 각 시험 문제마다 적절한 시간 분배가 중요하다. 오씨는 “‘나는 충분히 공부했으므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자기암시로 긴장을 풀고,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최선의 정답을 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시험문제를 푼다”고 말했다. 특히 시험 문제를 풀 때는 답안지를 작성하는 순서를 정해, 쉬운 문제를 먼저 풀고 어려운 문제는 여유롭게 작성한다. 그는 '답안 작성 순서 정하기'는 의외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확한 이해를 목표로 공부하는 정공법이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
이정현(약학·06)씨 귀에는 강의 내용이 흘러나오는 MP3플레이어 이어폰이 꽂혀 있다. 이씨는 MP3로 거의 모든 과목 강의를 녹음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늘고, 1학년 때보다 진도가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업내용 중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파일을 찾아서 다시 듣는다. 그는 나중에 녹음 파일을 찾기 쉽도록, 수업 들을 때 교재와 노트에 날짜를 표시하고 MP3파일 명에도 날짜를 표기했다.

교수가 수업 중에 이 부분을 시험에 낸다고 하거나 중요하다고 강조하면, 그는 내용과 관련해 자신이 만든 간단한 문제도 적어뒀다. “나중에 그 문제들이 시험기간에 얼마나 유용한지 몰라요” 또, 그는 성실하게 과제를 한다. “약대 전공과목 과제는 대게 문제를 푸는 건데,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제 힘으로 해 가요” 이씨는 과제를 할 때 과제를 하기 위해 이론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2주 전부터 한 과목씩 시험을 준비했다. 스케줄 노트에 시험 장소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모든 계획을 적어놓고, 실행한 일은 하나하나 지웠다. 그는 “실행한 일을 노트에서 지워 나갈 때마다 공부한 내용이 제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시험공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다. 시험공부는 암기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사실 시험공부는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정현씨의 생각이다. 그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시간이 꽤 걸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래도 한 번 이해 해 놓으면 그 뒤로는 중요한 것만 외우면 되기 때문에 이해를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1학년 때는 단순암기과목을 많이 수강해, 작은 종이에 암기해야 할 내용을 적어놓고 시험기간에 아침저녁으로 등교할 때마다 외우곤 했다.

그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며 시험 볼 때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험 공부할 여유가 하루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지만 시험지를 나눠주는 그 순간까지 프린트를 손에서 떼지 않았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미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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