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주최로 가을 운동회 열려

2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산더미 같은 학업과 과제에 정신없는 이화인들. 바쁜 일은 잠시 뒤로 한 채 마음껏 즐기고 싶은 10월이다. 운동하기 제격인 선선한 가을날, 이화인들을 위해 가을운동회가 마련됐다. 2일(화)에 열린 운동회는 간단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사전마당과 땀 흘리며 즐길 수 있는 본 마당으로 나뉘어 개최됐다.

△ 부담 없이 참여하는 사전마당 사전마당은 오전10시30분∼오후4시 학생문화관 광장에서 진행됐다. 투호·고무줄놀이·림보·만보기 빨리 흔들기·격파·공기놀이 같은 간단한 운동프로그램과, 정해진 시간 안에 건빵 먹기 미션이 준비됐다.

각 프로그램은 15분의 짧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은 스트레스 풀기에 제격인 격파와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건빵 먹기였다. 건빵 먹기는 건빵 7개를 1분 안에 먹고 입안을 완전히 비운 후 휘파람을 불어야 한다. 빨리 먹을 욕심에 급하게 넣다가 건빵이 튀어나오고, 목이 메여 중간에 포기하는 등, 건빵 먹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미션이었다.

다른 한쪽에선 플라스틱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플라스틱 송판 중앙을 조준한 후 주먹으로 내려치자 송판이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 송판 20개를 모두 격파한 이화인은 총 두 명이었다. 그 중 한명인 성보라(체육·06)씨는 “다른 학교 축제에서는 송판 22개를 격파했어요. 송판이 더 있었다면 더 많이 격파했을 텐데”라며 웃음 지었다.

각 프로그램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정해진 미션을 수행한 이화인은 5천원 생협 상품권을 받았다. 즐기고, 스트레스 풀고, 음식도 먹고, 상품도 받고. 가을 운동회 사전마당엔 일 석 사조의 기쁨이 있었다.

△ 땀 흘리며 하나 되는 본 마당 본 마당은 오후5시부터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본 마당 경기로는 장애물 달리기 발야구·피구·계주·박 터뜨리기가 마련됐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이화 운동장에 국민체조 구령이 울려 퍼진다. 오랜만에 하는 국민체조가 조금은 어색하다. 곧 경기를 앞둔 학생들의 마음은 초등학생 시절 동심으로 돌아간다. 당시 입었던 흰 체육복은 알록달록한 단대 티셔츠가, 김밥 도시락은 부추전과 맥주, 꽈배기가 대신했다.

시작은 팀별 장애물 달리기.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정해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첫 번째 주자가 풍선을 불고 코끼리 코로 제자리 다섯 바퀴를 돈 후, 있는 힘껏 풍선을 터뜨린다. 빙빙 도는 하늘 아래 트랙을 박차고 2번 주자에게 달려간다.

2번 주자의 미션은 커다란 비닐봉투에 두 다리를 넣고 강시처럼 콩콩 뛰어가기. “내가 저렇게 추한 모습으로 뛰었단 말이야?” 앞 경기에서 2번 주자였던 이화인이 자신이 경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배꼽을 잡는다. 이화인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은 개그프로그램보다 더 재밌다. 콜라를 원샷 한 3번 주자가 4번 주자에게 선두로 도착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마지막 4번 주자가 어떤 미션종이를 뽑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2인 3각으로 결승선 통과하기,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이화인과 결승선 통과하기, 안경 쓰고 박씨 성을 가진 이화인과 결승선 통과하기 등 다양한 미션이 네 번째 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각 단대가 하나 될 수 있는 발야구와 피구였다. 각 팀은 운동선수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줬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경기는 결승전이 가장 흥미진진했다.

피구는 공대와 체대가, 발야구는 경영대와 체대가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넘치는 열정과 힘에 발야구 도중 체대생이 찬 공이 6m 높이의 펜스를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우와아아∼ 역시 체대생이다!” 지켜보던 이화인들이 함성을 지른다.

피구·발야구 1등의 영광은 체대가 거머쥐었다.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하고, 펜스 바깥으로 공을 넘기는 투혼이 일궈낸 결과였다. 특히 피구는 마지막에 공격수가 한 명 남은 상황에서 역전승을 거둬 더욱 값졌다. 체대 정복희 회장은 “좋은 결과보단 체육경기를 정식 종목으로만 하다가 운동회를 통해 다른 단대생들과 즐길 수 있었던 점이 뜻깊었다”고 말했다.

가을운동회는 계주와 박 터뜨리기로 막을 내렸다. 1등 한 이화인도 꼴등 한 이화인도 모두 하나 되는 값진 시간이었다. 경기에 참가한 우민희씨(사회·06)은 “비록 1등을 하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맘껏 뛰고 소리지를 수 있는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경언 총학생회장은 “이화 안에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번 가을운동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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