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교환 안되고 무조건 사야... 학생들 식권 불법 매매

‘기숙사 한식권 1장에 1,300원씩, 10장 모두 사시면 보너스로 1장 더 드립니다’, ‘정말 싸게 팝니다. 기숙사 한식권 한 장에 단돈 천 원!’

9월1일(토)∼10월 1일(월) 한 달 동안 이화이언 게시판 ‘벼룩시장’에는 기숙사 식권 판매 게시물이 총 193여 건 올라왔다. 이는 우리 학교 기숙사 한우리집 사생들이 올린 글이다. 사생들은 한 달에 50장씩 제공되는 식권을 다 쓰지 못해 식권을 판매하고 있다.

△기숙사생들, 넘쳐나는 의무식 식권 판매
우리 학교 기숙사 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아워홈’은 사생들에게 외부인들보다 400원씩 할인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50식의 의무식을 실시한다. 식권은 한식 40장(1700원), 양식 10장(2100원) 으로 총 50장이다. 50장의 식권은 한 달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기숙사 사칙 상 외부인에게 식권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생들은 개인 사정이나 수업 등의 이유로 식권을 다 쓰지 못해 게시판을 통해서 식권을 팔고 있다.

한우리집 학생관 A동 사생 분자생명학과 ㄱ씨는 한 달 평균 5장 내외로 식권을 사용한다. 이번 달에도 ㄱ씨는 4장만 쓰고 나머지 40여 장의 식권은 게시판을 통해 모두 팔았다. ㄱ씨는 “4교시(오전12시30분~오후1시45분)수업이 있는 날은 기숙사까지 올라와서 점심을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식사는 친구와의 약속 등으로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기숙사 식권을 환불할 수 없고, 타 시설과의 공동 사용이 불가능한 점도 사생들은 불만이다. 김효진(언홍영·07)씨는 “식권을 환불할 수 없다면 기숙사 내 매점에서라도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달 평균 15장∼20장 정도의 식권이 남는다는 경영학과 ㄴ씨는 현 의무식 제도에 대해 “사생들에게 미리 수요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채 50식을 의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대, 의무식 제도가 없거나 학기 단위로 지급해
서울대 기숙사 식당은 의무식이 아니라 학생 식당처럼 운영된다. 저녁 식사 가격은 2500원으로 우리 학교보다 비싸지만 의무식이 아니기 때문에 식권을 낭비하는 일은 없다. 서울대 왕규호(법학·07)씨는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되니 현 식권 체제에 불만은 없다”라고 말했다.

연세대 기숙사 무암학사는 한 학기 동안 총 40식이 의무식이고 그 외에는 원할 때마다 식권을 구입하면 된다. 또한 기숙사 식권은 기숙사 식당 뿐만 아니라 교내 학생 식당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연세대 주시완(사회과학·06)씨는 “의무식이 한 학기에 40번 밖에 없어 거의 모든 사생이 의무식 식권을 다 사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건국대 기숙사생들은 1일 1식을 할 것인지 1일 2식을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1일 1식을 선택하면 한달에 30식이 의무식이 되는 셈이다.

한편, 기숙사 표은자 과장은 현 상황에 대해 “11월 초 기숙사 내 운영위원회에서 사생들과 의견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송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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