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 여대는 존속되어야 할까?’
중국 명문 청화대 학생대표와 우리 학교 중문과 학생 3인이 여대의 필요성 문제를 놓고 벌인 토론이 중국대륙 전역에 방영된다. 2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국제 규모의 대학생 중국어 토론 프로그램 ‘국제대학군영변론회(The International Varsity Debate)’ 이화여대 편을 통해서다.

우리 학교 대표로는 지난 6월 교내 예선을 통해 선발된 윤민주(중문·06), 유금단(중문·05), 염호정(통번역대학원 석사과정)씨가 활약했다.

중국인 프로듀서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준비한 근거를 들어 주장을 펼쳤다. 우리 학교 학생은 여대가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청화대 측은 반대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윤민주 씨가 “여대생은 남성에 의존하지 않고 일을 처리할 기회가 많아 주체의식, 독립심,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측 대표 팡루이(영문학과)씨는 “사회에서는 남녀가 함께 경쟁해야 한다”며 “여대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온실 같은 공간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준비된 발언 외에도 자유토론 시간도 주어졌다. 중국 측 팡루이 씨가 “여성교육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과거에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대가 필요했지만, 입학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현실에서 여성 해방을 위한 여대의 기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측 학생은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졌다 판단한 것 자체가 남성의 시선에서 사회를 본 것”이라며 “아직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여성을 위해서라도 여대는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를 배출하는 기능을 맡아야 한다”고 반론했다.

모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중국학생들과 대등한 토론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 학생들은 지난여름 방학 동안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중국어 연습을 했다. 염호정씨는 “여대 존속에 관한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 여성학자·교수·선배들을 직접 만나가며 주제에 대해 준비했는데 시간상 문제로 모두 보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또 윤민주 씨는 “기회가 온다면 북경 본선대회에 참가해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촬영 중간에는 끼를 펼칠 장기자랑 시간도 마련됐다. 이들은 현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미디 콩트를 각색해 선보였다. 특히 유금단 씨는 중국 동베이 지방의 방언을 완벽하게 구사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청화대 학생 리용르어(전자공학 전공)씨는 “중국어 수준 뿐 아니라 중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깊어 놀랐다”고 말했다.

결과는 토론을 관람한 한국 서울대·성균관대·외국어대 중문과 교수 3명의 평가와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를 집계해 이번 주 중 통보된다. 홍석표 중문전공주임 교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중국학생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등한 토론을 펼쳤다”면서 “방영이 되면 중국 전역에 이화여대 뿐 아니라 한국 학생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이외도 CCTV는 11일(월)·12일(화) 양일간 총장님의 학교 소개를 비롯해 등교하는 학생의 모습, 학교생활 등 이화의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촬영한 우리 학교에 관한 전반적 소개는 토론과 함께 45분 동안 중국 전역에 방송된다. 이번 대회는 한국·미국·영국·러시아·오스트레일리아·이집트의 6개국에서 하버드·예일·시드니대학 등지에서 20개 대학이 참가한다. 한국에서는 예선에 참가한 우리 학교·한양대·고려대 중 한 팀이 선발돼 올해 11월 중국 북경에서 세계 대학생들과 본선대회를 치르게 된다. 토론을 관람한 중국인 유학생 혜인(인문학부·07)씨는 “중국인이 보기에도 중국어 실력이 완벽할 만큼 준비가 충실한 토론회였다”며 “우리학교가 한국대표로 뽑혀 북경에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촬영을 총괄한 판위에 프로듀서는 “촬영 기간 동안 만난 이대 학생과 학교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방송이 되면 중국 대륙에 이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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