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honeymoon) : 약탈혼의 유습

 이 단어만큼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도 없을 것 같다. 몇 달, 몇 년을 두고 구애한 소중한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니 생각만 해도 행복한 여행이다. 얼마나 달콤하면 꿀(honey)같다고 했고, 얼마나 낭만적이면 달빛(moon)같다고 했겠는가.
 그러나 서양사에서 이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지금의 의미와는 사뭇 달랐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정반대였다. 먼저, 많은 민속학자들은 허니문이 약탈혼의 유습이라고 주장한다. 옛날 북유럽에서는 신부를 이웃 마을에서 납치해오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런 작업(?)에서 성공한 신랑은 신부의 가족이 신부를 찾아내지 못하도록, 납치 시 들러리 역할을 해준 친구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한동안 숨어 지냈다. 따라서 이렇게 잠적해 있는 날들은 긴장의 연속이었지, 오늘날 우리가 연상하는 그런 행복한 여행은 결코 아니었다.
 또 하나는 허니문(honeymoon)을 ‘달이 차면 기울듯이 꿀처럼 달콤한 결혼 생활도 한 달만 지나면 시들해진다’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552년에 발간된 Richard Huloet의『영어-라틴어 사전』(Abecedarium Anglico-Latinum)에 보면, 허니문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해석이 16세기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 영국 작가 Samuel Johnson은 허니문을 “상냥함과 즐거움과 그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결혼 직후의 한 달”이라고 했고, 19세기 스코틀랜드 작가 Robert Stevenson은 “마음 따뜻하게 거닐 수 있는 고운 잔디와 오솔길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길고도 곧장 뻗은 먼지 덮인 큰 길이 묘지까지 뻗어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단어의 어원 자체에 대해서도 학설이 분분하다. 가장 신빙성 있는 학설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에서 결혼 첫 달에 꿀이 들어간 술이나 발효시킨 꿀을 일종의 최음제로 먹게 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허니문은 이것으로부터 유래했다는 학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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