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은 사법시험준비,저학년은 아직 갈팡질팡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7월 3일 국회본회의에서 기존 사법시험 제도를 대신할 ‘로스쿨 법’이 통과됐다. 이로써 2009년 3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 문을 열게 된다. 반면 기존 사법시험은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되다가 이후 폐지될 전망이다. 새로운 길이 뚫리지도 않았는데, 원래 있던 길은 점차 좁아져 없어진다는 현 상황에서 법조인을 꿈꾸는 이화인들의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고학년, 기존 사범시험 도전해 볼 것

오후10시가 넘은 시간,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였지만 우리 학교 법과대학(법대) 법학관 3·4층에 위치한 ‘고시연구실’의 불빛은 꺼질 줄 모른 채 환하게 빛난다. 실제 법학관에서 만난 고학년 이법인들은 입법안 통과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와 달리 평정을 되찾았다. 2달여 시간이 흐른 지금, 학생들은 대체로 “사법시험(사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김여울(법학·05)씨는 아직 확정안이 거의 없는 로스쿨 준비보다는 기존의 사시가 오히려 안전하다는 생각에 사법시험 쪽을 택했다. 그는 로스쿨이 설립되는 것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교수님들은 기본적으로 법대생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언론보도·법학원 홍보물 등에서는 비법대생이 더 유리하다고 예측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사시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는 김미선(04·법학)씨 역시 “학교선정·정원·선발방식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법학 전공생들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준비 없이 로스쿨 도입이 결정된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학교가 운영하는 솟을관(고시기숙사)·법학고시반에 소속돼 있는 방수란(05·법학)씨는 현재 2008년 1차 시험을 목표로 사시준비에 땀 흘리고 있다. 그는 “로스쿨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심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시를 대비한 공부와 로스쿨 요구조건을 갖추기 위한 공부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방 씨는 현행 사시제도가 존속하는 한 그 준비에 주력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로스쿨입학을 위한 조건으로는 법학적성시험(LEET)점수 외에도 학점·외국어능력·사회경력·봉사활동경력 등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로스쿨을 준비하는 것은 고학년들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솟을관에 거주하며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하정(03·법학)씨는 “지금 와서 로스쿨에 맞춰 새로운 것을 준비하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공부를 계속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각자 준비하던 길이 있는 고학년보다 이제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저학년들이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후배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저학년, 로스쿨 관련 세부 확정안 없어 우왕좌왕

법조인의 꿈을 안고 막 대학에 입학한 저학년들에게 ‘로스쿨법 통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김정현(법학·07)씨는 고민 끝에 결국 로스쿨 진학을 택했다. 2012∼13년 사이에 사시가 폐지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준비해온 선배들과 겨뤄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현재 김 씨는 로스쿨에 대비해 학점관리와 외국어 공부 이외에 외부활동에도 관심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진로를 로스쿨로 정하고 나니,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다른 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직까지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수미(법학·07)씨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로스쿨 쪽은 아직 진출한 선배가 없다는 것, 선발방식과 인원 등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시공부에만 얽매이지 않고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로스쿨제의 장점으로 생각돼 고민 중이다. 그는 “학교 측에서 저학년을 위해 세미나 형식의 로스쿨 설명회를 개최해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법학과에서도 로스쿨 시행에 대비해 학생들을 돕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대 김문현 학장은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저학년을 위해 지도교수제를 활용한 진로상담을 적극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학년 학생을 위해 기존의 솟을관·고시연구실 운영에 더 힘을 쏟아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학장은 학생들에게 “학교공부(학점)를 등한시한다면 로스쿨 진학·사시 두 가지 모두 실패할 위험이 있다”며 학점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고학년은 아직 사시가 폐지될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착실히 준비하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학점관리·외
국어공부 등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변선영 기자


어깨제목: 로스쿨법 통과 후 찾아간 법학관
            로스쿨법 통과 후 2달, 이법인들의 선택은?

본제목: 고학년은 기존 사법시험 유지, 저학년은 혼란 여전해
         고학년은 초지일관, 저학년은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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