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씨 몽골 건축 봉사 체험 수기


2007년 7월 5일부터 7월 14일 까지 9박 10일 동안의 몽골 건축봉사의 전 일정을 영상에 담아 편집하는 작업을 맡은 나는 몽골에 다녀온 이후 거의 매일같이 그곳의 모습을 다시 보고 있다. 작은 모니터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과 우리를 닮은 사람들의 환한 웃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게 되는 그곳, 몽골에서의 꿈 같은 날들을 추억하고자 한다.

우리의 일정은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짧은 준비기간 동안 나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부채춤의 안무를 짜야만 했고, 다른 친구들도 각종 문화교류 준비와 몽골인들에게 전해줄 선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신 없이 준비한 탓이었을까, 출국 당일 공항에서 봉사단 친구 중 한 명이 여권을 분실하여 일정을 함께할 수 없었던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안타깝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로 몽골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가 일하게 된 몽골 제 3의 도시 에르드넷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기차로 1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미 서구 문물이 유입되어 몽골 특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회색빛 울란바토르와는 대조적으로 에르드넷은 엽서에서만 보았던 끝없는 초원과 파란 하늘, 흰 구름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 지는 곳이었다.

에르드넷의 초원 위에는 한결같이 하늘색으로 외벽을 바르고 빨간 지붕을 얹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사진을 통해 보았던 국내 건축봉사의 철근 구조물 등은 이곳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아담하고 예쁜 집을 내 손으로 지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찼다. 우리는 아직 외벽과 지붕공사가 덜 된 다섯 집을 조를 나눠 맡게 되었다. 내가 속한 조가 맡은 집은 한창 외벽에 시멘트를 바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기술자 아주머니 비얌바의 시범을 보고 나도 외벽에 시멘트를 던지듯이 붙여 바르는 작업을 시도해 보았지만, 시멘트는 번번히 벽에 붙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몇 차례 더 시도해 보았지만 힘들게 반죽한 시멘트가 벽에 붙지 않고 계속 바닥에 붙어버리니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시멘트 바르는 일을 포기하고 시멘트를 체로 걸러서 반죽하는 작업을 맡았다. 반복되는 작업에 지칠 법도 했지만, 에르드넷 주민들은 우리에게 먼저 휴식을 요청하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면서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특히 내가 도운 집에서 살게 될 남자아이는 아리랑 TV를 시청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와 짧은 영어로 대화하며 서로의 이름 묻는 법, 1부터 10까지 숫자 세는 법 등을 가르쳐주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건축 봉사 일정이 끝나고 에르드넷 주민들과 이화봉사단의 화합, 나아가 몽골과 대한민국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우리는 출국 전 연습했던 소고춤, 부채춤, 꼭지점 댄스를 그들에게 선보였고 그들은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 연주로 화답하였다.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종종 서투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소고와 한복, 부채에 많은 관심과 감탄을 보이고, 우리와 어울려 꼭지점 댄스를 추던 몽골사람들의 모습에서 열린 마음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몽골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봉사가 끝난 이후에도 추후 지속해 나갈 봉사를 계획하고 있는 착한 봉사단 친구들을 만난 것도,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엄마처럼 우리를 이끌어 주신 강민아 교수님과 이해숙 선생님을 만난 것도 나에겐 큰 행운이자 기쁨이다. 또한 몽골의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을 닮아 순수하고 따뜻한 에르드넷 주민들에겐 우리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아 너무나 고맙고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동안 페스티벌 자원봉사, 공부방 교사, 멘토 자원봉사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그 때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마음 깊이 느낀 것은 바로 사람과의 '소통'이 아닐까 싶다. 이번 몽골 봉사활동에서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 몽골인들과 가슴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마음 속 깊이 간직할 추억이 되었다. 그들에게 여유를 배웠고, 우린 그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다.

최윤희(·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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