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회 임시국회에서 가결된 여러 법안을 보면서

 

 며칠전 폐회한 제146회 임시국회에서 가결된 여러 법안들을 보면서 이화인의 한사람, 아니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임시국회는 지방자치제라는 자신들의 당략을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개정과 폐지를 요구하는 국가보안법, 사회안전법등의 중요사안을 거침없이 다음7월 임시국회로 미루었다.

 대신에 정당한 집회․시위를 진압하는 집시법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특수 공무집행방해죄등을 처벌하는 법률안이 넘치고 있는 상황하에서 「화염병 사용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하였다.

 법이란 특히,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구속하는 법은 많은 연구와 세심한 숙고를 거쳐 제정 또는 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의대사건 이후로 몰아치는 정부의 폭력세력응징이라는 시류를 등에 업고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급작스럽게 법안등이 개정되거나 제정되었다.

 따라서 의결과정에서 보여준 평민․민주등 두 야당의 자세와 함께 「화염병 사용 등 처벌법」,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입법절차상의 모순등으로 법률의 위헌시비 및 집행상의 남용가능성 등이 문제점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화염병 사용 등 처벌법

 화염병 처벌법에는 「화염병 사용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이 발생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미수범도 처벌한다.

 화염병을 제조․보관․운반․소지한자 또는 화염병 제조에 제공할 목적으로 유리병등 용기에 휘발유․등유등 인화성 물질을 넣은 물건을 보관․운반․소지한 자는 1년이하의 또는 1백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있다.

 여기서 조항상의 문제점을 살펴본다면,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을 발생케한자」라는 추상적 규정은 「인명살상」,「재산손괴」등으로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하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또한 인화성 물질을 넣은 물건을 들고 다니면 누구나 얼마든지 경찰의 임의대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한편, 최낙도씨(평민당의원)가 「화염병을 제조하거나 보관․운반․소지한 자는 1년이하 징역 또는 백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항목에 「사용할 목적으로」를 삽입, 목적범 처벌로 하자는 수정동의를 제출했으나 표결에 부쳐 15대12로 부결되었다. 또한, 부결 선포후에 원안에 대한 이의여부를 묻지 않고 곧바로 「원안대로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림으로 합법적 절차를 그 어느 기관보다 중시해야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러한 절차상의 잘못을 남겨 적지 않은 문제로 지적된다.

 다음으로 현재 법체계상 화염병 사용문제는 「집시법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특수공무집행 방해」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박찬종씨(무소속의원)는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에 규정된 「위험한 물건」의 범주에 화염병도 해당된다」고 지적하며 「화염병이외의 위험한 물건이 사용될때마다 규제법을 만드는 것은 법체계상의 부조화」라고 밝히고 있다.(자료는 한겨례신문)

 또한, 화염병법률안의 제정취지가 폭력추방이라고 국민에게 홍보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함께 규제되어야 할 최루탄 사용에 대한 문제는 오히려 경찰관에게 더욱 용이하게「경찰관 집무집행법」이 개정되었다는것은 형평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새로 제정된「화염병 사용등 처벌법」과 더불어 개정된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현장책임자의 합리적인 판단하에 신체에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루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최루탄의 사용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당초 화염병이 최루탄과 동일선상에서 논의될 수는 없다고 인정해도 양자는 같은 상황에서 인명에 피해를 주는 대립물로서 마땅히 함께 규제되어야 한다. 이에대해 평민당은 최루탄사용에 대해 「내무부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시․도경 국장의 승인」을 얻어 사용토록 제한해야한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당과의 절충과정에서 최루탄 사용을 「현장 책임자의 합리적 판단아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까지 양보함으로써 경찰의 현행관례보다도 더 완화해주었다.

 이렇게 상술한 많은 문제점을 두고서 이를 시정치 않고, 더군다나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동의대 사건이후 조성된 화염병 반대분위기에 지나치게 몰려 법체계와 절차를 무시한 편향적인 졸속입법에 주관없이 동조한 것이다.


폭력 추방결의문 채택

 국회는 「폭력추방 결의문」을 통해 3개항을 결의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항은 「어떤 형태의 폭력행사도 단호히 거부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법적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 「화염병 처벌법」까지 제정한 상태에서 과연 제도적․법적 조치의 강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둘째, 「비폭력․평화적방법으로 정당한 주장을 표시할 권리는 계속 보장돼야 한다」는 규정이다. 지난번 전대협에서 비폭력을 선언한 이후로 진행된 행사와 참교육을 외치는 교사들의 교직원 노조 결성대회에서 정부는 원천봉쇄와 행사참가자를 무차별 연행하였다.

 국회의 폭력추방 결의안 채택은 「제도적인 폭력」은 덮어두고 민중운동세력에게만 폭력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며,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이다.

 또한, 현정권은 의회안에서 국민의 모든 요구가 수렴되고 이루어질 수 있을듯이 얘기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회는「폭력추방선언」에 앞서 「민주화선언」과 악법개폐를 통해 민주화가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 못하였다.

 국민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또한 이를 지키고 수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무참히 짓밟고 탄압하던 자들이 자신들의 폭력성을 덮어둔채 맨몸으로 항거하는 자들의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폭력으로 매도하면서 비폭력의 시위문화정착을 운운하는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화염병만이 폭력의 상징이 되어야만 하는가」, 「진짜 근본적인 폭력은 어디서 나오는가」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땅에서 횡행하는 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없이 처리되는 많은 정책들은 오히려 더 많은 폭력과 사회혼란을 야기시키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숙지해야 할 것이다.


송순우(법학과 3)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