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기사들이 쳐들어온다. 삐리리릭.』

 엎어논 우체통같이 생긴 놈이 머리를 반짝거리며 코맹맹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로보트 한 마리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올듯한 금빛양철로보트가 벌이는 환상의 콤비. 수많은 별이 총총 떠 있는 우주에서 슛슛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는 우주전투기들.

 아마 워낙 히트쳤던 공상과학영화라 이만큼만 얘기해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알게다. 어릴적 마냥 신기한 그 영화를 입을 약간 헤벌리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전자오락의 대부분인 우주선 깨부수기 게임들이 이 영화의 우주총격전에서 영향을 받지않았나 싶은 장면들도 아이들의 혼을 홀랑 빼놓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얼마만이었는지, 글쎄 여름무렵 어릴적 꿈과 환상(?)을 키웠던 바로 그 영화를 TV로 다시 보았다. 입마저 벌리고 신기해하던 장면들은「저건 카메라 조작을 어떻게 한거구, 조건 미니어쳐들은 갖다 놓고 찍은거구…」등등의 군소리로 시시해져 버렸다. 그러나 묘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언제인지는 모르는 그냥 먼 미래에 평화롭던 우주행성들이 침략당하기 시작한다. 제국이라 불리던 어느 한 별의 무력 침공때문에 영화의 줄거리는 그 제국에 맞서 싸우던 식민지 약소 행성들의 독립투쟁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우리 조국의 현실을 알아버렸고, 그 고통을 느끼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카메라 조작에 속지 않는 눈을 가진 나이가 되어버려서 슬프다는 것이 아니다. 지두고 아니고 현재도 아닌 가상의 미국오락영화 한 편 속의 현실과 오늘 이 땅의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0세기 말인 오늘, 지구에서는 스스로 세계의 질서를 잡으려고 기를 쓰는 콧대 높은 어떤 나라와, 그 질서를 벗어나 그야말로「홀로서기」를 위해 부단히 투쟁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속의 식민지별이 벌이던 용기있는 공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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