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 고사 연기투쟁을 평가한다 학교측 태도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6월15일 (목)~21일(수)로 예정되었던 1학기 기말고사를 연기함으로써 이철규 열사 고문살인진상규명과 평양청년학생축전 참가투쟁의 촉발점을 이루려 했던 학생들의 결의가 드높았다. 그러나 학교 측이 시험일정을 강행함에 따라 많은 혼란이 빚어졌다.

시험 시작 하루 전인 6월14일(수) 대강당에서 열린 비상총회에서 총학생회장 이귀혜양(신방․4)이『6.10총궐기로 고조된 열기를 현 당면 투쟁으로 이끌기 위해 시험연기가 필요하다』며 시험연기를 제안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각과에서는 시험연기를 둘러싼 토론회가 직행되었고 이의 참가를 결의하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사일정을 비롯한 실무상의 문제, 교수님들이 여름방학 계획 차질 등을 이유로 시험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교양과목의 경우 약간의 학생이 시험시간에 입실하였다.

 6월24일(토)시험연기투쟁상황보고대회에서 부총학생회장 김남현양(사생․4)은 『학생권 또한 교권만큼 중요하기에 우리는 반드시 시험거부가 아닌 시험연기를 쟁취해 내야한다』고 밝히기도 하였으나 결과 적을 시험거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학무처 차장 노분조교수(생물학과)는 『기말고사 채점기준 설정은 각과별 교수님의 재량입니다. 학교 측에서는 시험 강행을 분명히 하였음에도 시험을 치르지 않은 것은 각자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당시의 정세를 시험연기로 촉발하려했던 총학생회의 시험연기 제안 자체는 올바른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정한 것도 사실이다. 타 학교와 연대를 이루지 못한 채 시험을 하루 앞두고 나온 뒤늦은 제안이었다는 점, 학교 측과 시험연기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가지지 않은 채 제안하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험연기는 언제 시험을 칠 것 인가를 결정짓기 위해 이루어진 것 인양 그 의미가 퇴색하여버렸다.

청축참가 투쟁을 시험연기 투쟁에 융합하여 자기내용을 갖고 선전해 내지 못하면서 학내 분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총학생회의 이러한 오류로 인해 학생회에 대한 비판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8월10일경에 성적표가 발송되면 이것은 더 구체적 양상을 띄고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의미에서 총학생회는 시험연기 투쟁을 성실하게 뒷마무리 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한, 그간의 경과를 자세하게 보고하고 이에 대한 대중적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총학생회에 대한 평가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아니라 격려와 북돋움을 위한 비판이어야 하는 것이다. 여은주양(국문․4)이『시험연기는 총학생회가 제안하는 형식이었으나 이후 과토론회에서 시험연기의 필요성, 정세의 절박성을 공유하면서 각자가 시험연기 결의의 주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히듯 시험연기로 인해 파생된 문제를 모두 총학생회에 전가할 수 없는 것이다.

인문대 학생회장 심선경양(사회사업․4)은 『시험연기 투쟁은 21대학생회사업 속에서 대중에게 솔직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미성적처리가 다된 상태에서 학교 측에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4학년의 경우 F처리로 졸업이 불가능한 극단적 예에서는 학교 측에 이의 고려를 요구할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밝힌다.

총학생회에 대한평가와 더불어 학교 측이 보여준 태도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자 하였고 이를 위해 총학생회가 면담을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학교 측은 맨 처음 내건 이유를 계속 고수하였다. 어느 정도의 혼란이 예상되더라도 시험을 보지 않아 불이익을 받을 학생의 상황을 고려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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