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 항쟁 20주년 기념 특집

조국의 민주화를 위한 대학생들의 희생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빛을 발했다. 그로부터 20년, 대학가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표정이다. 정치적,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란 2007년의 20대는 6월 항쟁을 기억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동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 어떤 패기도 없이 허공을 떠도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새 시대는 새 가치를 창출하기 마련이다. 학생사회, 학생운동의 고전적 의미에만 집착한다면 현재 대학가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달성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세계가 탈냉전으로 접어드는 때였다. 근대의 양상이 모두 해체되고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 이론이 되었다. 학생이 사회를 바꾼 87년 이후에는 투쟁의 결과물이었던 ‘자유’의 토양과 이러한 탈냉전의 흐름이 학생 사회를 바꿔놓았다. 20년 전 대학생들의 갈망은 민주화였다. 현재 대학생들은 모든 것을 갈망한다. 개개인이 흥미를 느끼는 각종 분야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가 여전히 과거의 학생운동만을 고집하면서 학생들의 정치의식이 실종됐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학생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부정하는 아집이 된다. 오늘날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정치적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군부독재 정권이라는 적을 향해 저항했던 것이 과거 학생운동이었다면, 오늘날 학생운동은 학생 개개인이 저마다 행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의 총칭이라 하겠다. 개성 넘치는 활동들 그 자체가 운동이며 학생사회의 흐름이 된다. 이러한 다양성은 보다 다이나믹한 사회를 예고하고 그 동안 생각지 못했던 개념과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학생사회의 가치다.

그렇다면 오늘날 학생사회의 시대적 사명은 무엇일까. 자유의 보장 아래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욕구들을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시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은 사회에 발을 딛기 전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충돌을 토론으로 해결하는 태도를 익혀야 한다.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를 정립하기 위한 주체가 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생회 역시 변화해야 한다. 소위 ‘비권’은 ‘반권’을 넘어서야 하고, ‘운동권’은 투쟁을 위한 투쟁과 학우들에게 한 쪽의 정치적 이념을 강요하는 태도를 타파해야 한다. 저마다 한계를 뛰어넘고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를 가져 비권 또는 운동권이라는 학생회에 대한 획일적이고 과거지향적인 개념, 즉 비논리적인 이념 논쟁이 무용해지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오직 학생들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학생회가 탄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하는 학생들을 애써 외면하는 현상유지적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너무나 많은 자유가 주어지면 오히려 인간은 불안해진다.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의 철학, 실패를각오한 도전정신 등이 약화되고 취업 문제가 강세를 띄고 있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가치와 시대적 사명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내용이 다를 뿐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상은 존재한다. 2007년 학생사회, 학생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긍정적으로 발현될 것이라 믿는다.

구수경(정외·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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