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시행령 제고해야 올해 7월부터 한 대학교에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조교도 정규직이 될 수 없게됐다. 노동부가 17일(목) 규제심사위원회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 시행령 안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확정안에 따르면 대학교 조교는 직업으로 보기 힘들고 수행 업무 자체가 특정한 사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기간제 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의활동이 필요한 업무의 종사자는 2년을 초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 시행령은 4월20일(금) 입법예고한 비정규직법 시행령보다 기간제 예외조항이 기존 16개에서 26개로 확대됐다. 항공교통관제사·항공기관사·한약조제사 등 10개 전문직이 추가됨에 따라 예외규정애 이미 포함돼 있던 공인회계사·변호사·약사·치과의사 등 총 26개 직종 종사자들은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화’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이번 시행령에는‘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시행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파견허용업무는 기존의 138개에서 19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4월 입법예고 때는 187개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이번 확정안에서는 고객상담 사무원·주차장 관리원·우편물 집배원·신문배달원·자동판매기 유지 및 수금 종사자 등 10개 직종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로써 파견직은 제조업 부분뿐 아니라 서비스 업무로도 대폭 확대된 셈이다. 노동부는 “해당 업무가 분리 가능해 파견에 적합하고 근로조건에 문제가 없으며 사용주가 직접 고용하기에는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업무를 추가했다”고 밝혔으나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개정안에 따라 많은 사업장이 직접 고용하던 콜센터 종사자나 우편물 집배원, 신문배달원을 파견으로 돌릴 것은 명약관화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한 달에 가까운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확정됐다고는 하지만, 정작 쟁점의 주체인 노동계와 경영계는 시행령에 찬성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노동계는 개정안이 ‘고용자들의 입김만 강하게 수용한’것이라고 항의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보호와 차별해소라는 취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오히려 ‘아직도 멀었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수요가 많은 직종이 파견직에 제외돼 있고 전문 기술 인력의 기간제 예외대상을 더 늘려야 노동 유연성이 확보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경영계의 지적과 달리 ‘2년 짜리 비정규직’에는 고학력자와 전문자격증 소지자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직종 종사자 중 상위 25%이상의 연봉(6900 만원)을 받는 이들도 정규직화 대상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박사학위를 보유한자·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 소지자를 갖춘 자·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을 갖춘 자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대폭 증가한 파견제 허용 직종으로 이미 ‘양극화’로 어려워질대로 어려워진 저소득층의 생활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보다 큰 사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항공교통관제사·항공기관사 등의 전문직은 고도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직업이다. 전문성이 보장되고 연속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이들 직업이 정규직전환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국민 다수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또 대표적 고학력 비정규직인 ‘대학 시간강사’ 역시 2년 이상 한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대학에서 진행되는 강의 중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강사들이 이른바 보따리 장사로 여러 학교를 전전할 경우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교육의 질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과 파견법은 일시적이고 간헐적인 업무에 한해 사용돼야 한다. 노동부는 이번 시행령의 취지인 ‘비정규직 보호와 차별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정의 힘을 한데 모으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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