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가정폭력·데이트 폭력·유아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까. 16일(수)∼19일(토) 아리랑 시네센터에서 열리는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는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성 폭력 문제를 이야기한다.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친밀한, 그러나 치명적인’은 여성폭력 문제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폭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여성들을 보여준다. 또 ‘가정폭력’에만 집중됐던 시각을 좀 더 넓혀 데이트 폭력· 유아 성폭력 등 여성폭력 전반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영화제가 여성문제를 다룬 기존 영화제와 구별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가정폭력을 말하라 : Dix Films Pour En Parler’는 10명의 프랑스 감독들이 만든 단편 작품 모음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화의 슬로건이다. 각 단편이 끝날 때마다 “가정폭력에 대해서 말하십시오. 당신은 이미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스크린 위에 나타난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침묵을 깰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막작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면 폐막작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알레트 소바쥐(Arlette Sauvage)의 다큐멘터리 ‘인생, 당신도 알겠지만: La vie voyez-vous’은 가정폭력으로 지옥 같은 삶을 살던 세 여인이 자기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해 모로코 국제 인권 영화제 공식 선정 작품 중 하나로 상영됐을 만큼 작품성이 우수하다.

개·폐막작 외에 세 가지 소주제 아래 상영되는 국내외 수작들도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 주제인 ‘나, 마주하다’에서는 폭력이 아니라고 이야기되는, 그러나 분명히 폭력적인 불쾌한 경험들이 드러난다. 가사노동 분담과 아내의 재취업 문제로 갈등을 겪는 부부의 논쟁을 그린 ‘당신과 나 사이’ 외 7편의 영화가 폭력의 악순환을 보여준다.

‘그래도, 살고있다’라는 주제의 작품들은 폭력 관계에 놓인 여성들이라 할지라도 살아남기 위한 방식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가족·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그린 작품 11편으로 구성됐으며, 추천 작품으로는 엄마·마누라·아줌마로 살기를 강요받는 ‘남정순’의 일상을 그린 ‘남정순, 엄마누라줌마’가 있다.

‘오늘, 피어나다’ 라는 주제로 상영되는 13편의 작품들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여성들의 당당하고 힘찬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새롭다. 상영작에는 여성과 정신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영화 ‘미친 여성들과의 대화 : Dialogues With Mad Women’, 같은 이름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비춘 다큐멘터리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 : The Grace Lee Project’ 등이 있다.

개·폐막작을 포함한 모든 작품의 관람료는 3천원으로 티켓은 현장예매·홈페이지(www.fiwom.org)로 구매 가능하다. 이 외에도 감독과의 대화·평화마을축제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여성인권영화제: 여성인권영화제는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전국 10개 지역에서 진행된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행사의 하나로 시작됐다. 서울여성의전화가 주최하고 있으며 한국여성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제1회 여성인권영화제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는 가정폭력의 심각한 현실을 드러내고자 진행됐으며 총 2천여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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