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피드백, 미국 대학에서는 활발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부진…조교 배정하는 학교 차원의 지원 필요

소위 ‘과제 홍수’ 기간이 돌아오면 학생들은 과제 준비에 열을 올리지만 한 번 제출한 과제는 함흥차사다. 김미주(심리·05)씨는 “한 학기에 대여섯 개의 수업을 듣지만 과제에 코멘트를 적어 돌려주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수업을 들으면서도 나의 잘못된 리포트 작성 방식을 고칠 기회가 없었던 셈”이라고 털어놨다.

‘과제 피드백’은 단순히 점수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과제 내용이 제시한 주제와 부합하는지, 생각을 전개하는데 오류는 없었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적어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과제 피드백을 경험한 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박인희(회화판화·06)씨는 “리포트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난 후에는 당황스럽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코멘트를 통해 잘못된 부분이 무엇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논리와사고’·‘한국현대소설작가연구’ 등의 수업에서 과제 피드백이 이뤄지고 있다. ‘논리와사고’를  수강한 박수연 (언홍영·07)씨는 어떤 현상에 대해 논리적으로 결론을 추론해야 하는 과제를 제출하고 교수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는 “교수님께서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구나’ 등의 멘트로 내 사고에 의미를 불어 넣어 주셨다”고 말했다.

‘한국현대소설작가연구’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미현 교수(국문과) 역시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리포트 내용이 주제에 부합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지적해 다음 과제에서는 어떻게 써야 좋을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는 “과제는 ‘주문생산’이기 때문에 그냥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수업에서 원하는’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과제는 계속해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 어떻게 쓰라고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는 설명이다.

‘과제 피드백’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에서는 교수의 교육관이나 강의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University of Hawaii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신지연(국제·04)씨는 “주제를 선정하고 개요를 짜 실제로 리포트를 쓰기까지의 전 과정을 교수가 일일이 확인하고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도 없고, 피드백도 빠르게 이뤄지는 편이라 한국과는 많이 다른 교육 환경임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박상희(영교·03)씨는 “리포트를 제출하고 교수와 일대일로 만나 ‘맞춤형 피드백’을 받았는데 Final  리포트를 작성할 때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가 코멘트를 적어 돌려주는 방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송기정 교수(불문과)는 “코멘트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해 실망해 수업에 대해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수강생의 규모가 수백 명에 달하는 대형 강의에서는 리포트에 일일이 피드백을 주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자신의 리포트에 대한 피드백이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윤민(경영·05)씨는 “배우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리포트를 확인받고, 앞으로의 밑거름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학생들이 일대일로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힘들지만 리포트를 통해서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정원 교수(철학과)도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 대한 피드백은 꼭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수 1명당 배당된 조교 수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리포트에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다”며 “학생들에게 질적으로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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