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인문과학대학(인문대) 교수학술제에서 조선시대 어머니의 위치를 전통 상례의 변화를 통해 살펴본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학술제는‘유통과 전이의 인문학적 해석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4일(금) 인문대교수연구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인문대·인문학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이번 학술제는 이혜순 교수(국문과)·함동주 교수(사학과) 등 인문대 교수 4명이 각자의 논문을 발표하고,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혜순 교수는 ‘18세기 부재위모(父在爲母) 담론과 모성 인식’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부재위모란 아버지 생존시에 어머니가 돌아가실 경우 1년 상만 진행하는 의례를 뜻한다. 이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상을 해 오던 기존의 상례와 차이가 큰 방식이다. 이 교수는 부재위모의 등장과 예학자들의 담론을 통해 어머니와 아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짚었다. 어머니에 대한 인식이 중요할 때는 3년 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모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 18세기에는 부재위모의 상례가 행해졌다.

15세기 ‘경국대전’에 실렸던 부재위모를 둘러싸고 당시 학자들은 치열한 담론을 벌이기도 했다. 부재위모를 찬성하는 예학자들은 아버지를 집안의 어른으로 여겨 어머니는 그 권위를 낮춰야 한다는 가무이존(家無二尊)의 의리를 주장했다. 반대하는 예학자들은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사랑이 동등하므로 부모 모두 3년 상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는 “예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예법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재위모의 상례는 18세기 향촌사회 등에서 실제로 행해졌다. 동시에 자식 있는 어머니가 남편을 따라 죽는 열녀들도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어머니보다 아내의 위상이 더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인문학자들은 의례를 통해 당시 예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세기 후반 일본의 서양사 수용과 근대적 교양의 성립’이라는 함동주 교수의 논문도 소개됐다. 그는 1870년대 일본사회가 서구문물의 수용을 통해 근대화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일본은 교육·출판 등을 통해 교양 수준의 서양사 지식을 습득했다. 함 교수는 “일본 사회가 물질적 근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근대적인 성장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경 교수(영문과)는 ‘에쿠우스 에로티카: 경계와 접점, 그리고 유통’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정통 연극으로 정의되어 온 ‘에쿠우스’를 ‘포르노’로 가정하고 공연 실황·리뷰·광고 등의 예시를 들어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했다. 

개인 진리 탐구를 넘어 공동체의 삶에 변화를 주는 철학·인문학 교육에 대한 이지애 교수(철학과)의 ‘철학적 돌봄으로서의 철학교육’ 발표도 있었다. 이 교수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돌아봄’과 남을 돌아보는 ‘돌봄’이 있는 교육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교실에서의 체험을 통해 교실 밖 공동체에서 새롭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도 ‘철학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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