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보에 이화 안에 한미FTA 찬성론자로 활약하고 있는 두 교수의 기사가 실렸다.(4월 7일자, <한미FTA에 기여한 이화 교수 2인>) 이화여대 법학 전공의 최원목 교수는 ‘FTA 협상 과정에 직접 참여한 유일한 민간인’으로 국제통상 전공의 최병일 교수는 ‘협상기간 동안의 치어리더’로 FTA 협상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두 교수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실을 왜곡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고 필요한 사실만을 부각시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오히려 한미FTA를 추진한 노무현 정부이다.

정부는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협상을 진행하면서 반대 집회를 금지하고 원천 봉쇄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농민들과 영화인이 만든 광고는 불허하면서 온갖 거짓말이 담긴 한미FTA 찬성 광고비로만 70억 원을 사용했다. 타결이 된 이후에도 영문으로 된 협정문을 모니터로만 볼 수 있게 하고, 그것도 20명의 감시 아래 필기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협정문을 공개했다고 생색내고 있다. 정부가 협상을 타결하기 직전의 반대 여론은 무려 83%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협정에서 아무런 통제권이 없었다.

최원목 교수는 ‘의약품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신약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를 줄 수 있고,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FTA는 약제비 절감 방안을 무력화시키고 약값폭등을 불러 평범한 사람들의 의료권을 박탈한다. 정부는 약가 적정화 방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자찬하고 있지만, 독립적 이의 신청 기구를 만들어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 또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고급 병원 도입을 열어놓았다. 이제 부자들은 의료 사보험으로 빠져나갈 것이고 건강 보험에 남은 평범한 사람들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지만 더 열악한 보험 혜택을 받게 되었다. 특허권 연장 또한 사실 신약 개발에 동기를 부여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가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프레토리아 소송이나 브라질과 태국 정부에 대한 WTO 제소에서 보듯이 자국 정부가 HIV/ADIS 감염자들에 대해 값싼 치료약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또한 최원목 교수는 교육협상에서 다소 불만을 이야기하며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교육환경 자체가 개방돼야 한다’며 ‘다음번에 FTA에서 교육 개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노무현 정부는 FTA가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만들어 교육개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개방은 평범한 학생들이 좋은 교육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 자산불리기 경쟁을 강화하고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더 많은 등록금과 더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 뿐이다.

두 교수는 이화인들에게 “FTA 본래의 의미와 정신을 잘 연결”시켜 “무한경쟁의 주인공”이 되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만연한 경쟁은 이화인들의 “젊은 도전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대다수 평범한 이화인들은 한 학기 400만원이 넘고도 계속 오르는 등록금과 높은 실업률로 인한 경쟁 속에서 토익, 토플 학원비까지 충당해야 하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대다수 이화인들에게 “한미FTA가 가져올 무한 경쟁”은 결코 미래를 위한 도약이 아닌 미래를 죽이는 독약이다.

성지현(정외·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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