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여성차별 가져오기도

사진 : 김하영기자
“여성공무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주희 교수(사회학과)는 2일(수) 열린 ‘「여성 공무원 배치 및 승진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주제발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교수에게 연구를 의뢰해 지난해 11월 발표된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주희 교수는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진출을 위해 승진대상에 여성을 일정 부분 할당하는 ‘1부처 1과장 제도’의 부정적인 효과를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는 여성 내부의 경쟁을 부추겨 승진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승진한 경우에도 여성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제도 때문에 승진한 것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여전히 여성공무원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부처 1과장 제도’를 시행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관행 때문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교수의 보고서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한 여성고위공무원은 “여성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당’해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교수도 “여성할당제는 오히려 여성차별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단순히 여성 비율을 늘리는 제도 마련보다 남성중심적인 조직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다면평가제도’가 지닌 문제점도 거론됐다. 이 제도는 인사의 공정성을 위해 평가의 주체를 기존의 상사뿐 아니라 동료·부하직원까지 다양화한 것이다. 이 교수는 ‘다면평가제도’가 여성공무원의 고위직 진출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인적네트워크 확보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면평가제도는 ‘평판’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여성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보고서에서 “굉장히 활발하고 사교적이지 않은 이상 다면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개인적 성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여성 고위공무원의 인터뷰를 인용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외에 이주희 교수는 강도 높은 업무를 주로 남성이 맡아 여성은 하위직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점·성별 권력관계가 일어나 여성능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나타난다는 점 등을 여성승진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제도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담당기구를 확충하고 여성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훈련프로그램을 활성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교수는 남성중심적인 공무원 조직의 문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행정자치부 지방인사여성제도팀 신수영 사무관은 ‘지방자치단체는 특히 여성정책의 사각지대’라는 이교수의 지적에 대해 “관리직 임용목표제·격년으로 실시되는 종합평가 등을 더욱 실효성있게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리더십개발원이 공동주최했으며 중앙인사위원회 박상희 균형인사과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은숙 언론홍보국장·한국노동연구원 전명숙 연구위원·행정자치부 지방인사여성제도팀 신수영 사무관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최선열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여성차별에 대한 문제는 비단 여성공무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내의 ‘불편한 진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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