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여성학 포럼 '역사 속의 여성들: 힘 갖추기 이야기'

사진 : 김하영 기자
“역사 속 많은 여성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영성이다”
이화 여성학 포럼Ⅰ, ‘역사 속의 여성들:힘 갖추기 이야기’에서 장필화(여성학 전공)교수는 이와 같이 주장했다. ‘영성’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논의한 포럼은 6일(금) 이화·신세계관 209호에서 열렸다.

장필화 교수는 역사적 인물인 시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무크타르 마이(Mukhtar mai)와 소설 속 가상의 인물 오마당순을 예로 들면서 삶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인 ‘힘 갖추기’에 대해 설명했다. ‘힘 갖추기’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힘의 형성을 말한다. 장 교수는 “노예·위안부 등 역경의 삶을 살았던 이 여성들은 ‘영성’을 경험함으로써 현실의 고뇌를 잊고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어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을 위한 도우미로 나서서 여성 리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삶의 원동력인 ‘영성’은 단순한 종교적 체험이 아닌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뜻한다.

장 교수가 예로 든 시저너 트루스는 노예폐지 운동·여성 참정권 운동 등에 참여한 여성운동가이자 신학자다. 그는 29년간의 고달픈 노예생활을 이겨내면서 영성을 경험해 여성운동가로 거듭났다. 고혜정 씨의 소설 ‘날아라 금빛 날개를 타고’의 주인공인 오마당순은 위안부로 등장한다. 억센 생존력을 상징하는 ‘달래깨비’가 애칭인 그는 동료와 함께 만든 아흔 아홉 개의 목각인형에 소원을 담았다. 목각인형으로 구성된 소원목은 절망과 자포자기에 휩싸인 동료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무크타르 마이(Mukhtar mai)는 동생의 죗값을 대신 치르면서 동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간을 당한다. 수치심 속에서 고뇌하던 그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알라에 대한 믿음’을 통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이 세 명의 여성이 삶을 살아가며 공통으로 갖췄던 ‘힘’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초 단계일 뿐 아니라 이념적·물질적·정서적·영적 차원까지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장 교수는 “세 여성의 경험은 노예·위안부·강간 피해자들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만큼 개인적인 경험으로 국한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원동력이 됐던 ‘영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끝을 맺었다.

본교 여성학과·한국여성연구원·아시아여성학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는‘이화 여성학 포럼’은 앞으로 한 학기에 3번씩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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