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길의 네덜란드 통신<3>

NHL(교환학교) 학생인 네덜란드 친구 아띠는 일년에 약 1400유로를 등록금으로 낸다. 독일처럼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매우 적은 액수다. 게다가 거리를 막론하고 버스와 기차는 무조건 무료. 부모님을 뵈러 주말마다 집에 가도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다. 이는 네덜란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핀란드 친구인 테리는 생활비까지 지원 받는데 그 금액이 한 달에 거의 400유로 가까이 된다. 천정부지로 솟는 한국의 물가, 등록금을 생각하면 정말 유럽은 ‘학생천국’이다.

이 같은 학생 특혜는 교환학생 제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연합(EU)의 에라스무스(ERASMUS)라는 교환 프로그램 때문이다. 에라스무스는 European Action Scheme for the Mobility of University Students의 준말로 유럽 내 대학간의 상호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해 발족된 기관이다. 에라스무스의 지원을 받아 온 유럽학생들은 학비도 무료인데다가 일정액의 생활비 또한 지원받는다. 스웨덴 친구인 제시카는 한 학기에 약 400 유로를 받는다. 한 달로 쪼개어보면 절대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게 어딘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이 지원비는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 때문에 학생들은 대화 도중 얼마 받는지 물어보고 서로 비교하곤 한다. 그럼 나는 그들 틈에서 그저 ‘불효녀는 웁니다’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에라스무스는 특히 동유럽권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온 친구 빅토리아는 아버지가 의사이다. 그러나 수입은 한 달에 약 300유로, 이것도 평균 이상에 속한다고 한다. 그런 빅토리아가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에라스무스의 힘이 컸다. 많지는 않아도 에라스무스의 지원 없이 이곳에서의 생활비를 감당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 공동체로서의 번영과 평화를 추구하는 EU의 취지와 성과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지 싶었다.

얼마 전 인터넷 학보로 ‘교환학생이 되기 위한 전쟁’이란 학생 칼럼을 읽었다.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환학생 선발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어디 시간적 투자뿐이랴. 10만원을 훌쩍 넘는 토플 응시료는 또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비싼 돈 주고 보는 시험이니 한 번에 잘 봐야지 싶고, 그러다 보면 ‘기출문제’ 짚어준다는 00영어학원에 자꾸만 눈이 간다.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지출은 다시 마음의 부담으로 자리해, 한 마디로 악순환이 되고 만다.

이렇게 선발과정에서부터 선발된 후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하는 우리의 현실. 한참 내 불평을 듣고 있던 불가리아 친구 디아나가 말한다.

“나는 그래도 수입의 40%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우리보다야 너네가 낫다고 생각해”

혜택만을 보고 마냥 부러워했던 나와, 직접 세금의 부담을 겪는 디아나는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무엇이 더 나은 걸까.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

“아, 유럽이든 한국이든 진짜 살기 힘들다!”

김묘길(언론·4)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