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길의 네덜란드 통신 <2>

지난 1월 벨기에 메트로지(metro)에서 보도한 한국의 저출산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기사는 자녀 셋 이상 가정의 전기료를 깎아주기로 한 한국정부의 정책을 두고 마치 한국인은 전기료 때문에 자녀 낳기를 꺼려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을 ‘제3세계’ 국가로 표현함으로써 교민과 누리꾼들 사이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이 지난 6개월 간 내가 느낀 유럽 내 한국의 현 위치이다.

이 곳에 있는 교환학생은 한국인인 나 한 명과 미국인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럽권 출신이다. 서유럽•북유럽은 물론이고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각지에서 온 친구들이 50여명 가까이 된다.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이 활발해진만큼 어느 정도 달라진 인식을 기대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특히 동유럽권 친구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내가 한국 대기업의 평균 초봉을 얘기하자 모두 나를 의심쩍은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평균이라고? 너 지금 농담해?”

그들은 네덜란드를 떠나는 날까지 내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너무 부풀린다는 의혹을 감추지 않았다. 아마도 그네들보다 조금 높거나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었던 듯 하다. 사실 서유럽권 친구들의 경우는 더 하다. 스페인 친구가 말하길 한국은 당연히 중국말을 쓰는 줄 알았단다. 엄연히 다르다고 발끈하니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냐”면서 오히려 나의 과민반응을 지적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학교 컴퓨터의 대부분이 삼성, TV는 LG 제품이라는 것이다. 핸드폰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학교 주차장에조차 현대와 대우의 차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렇게 한국 제품을 일상 속에서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들에게 여전히 아시아는 나라를 불문하고-일본은 제외- ‘제 3세계’의 이미지이다. 오히려 미국 친구들이 자신들의 삼성 mp3를 보여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한국 제품의 높은 인기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이런 유럽친구들의 모습이 거꾸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 역시 유럽에 대해 그 안의 다양성은 무시한 채 그저 뭉뚱그린 이미지로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파키스탄 등 중동지역에서 온 유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 찼던 내 인식에 부끄러움마저 느낀다.

요즘 우리 학교를 비롯해 많은 한국의 대학들이 글로벌화에 힘쓰고 있다. 글로벌화는 학교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 정부가 같이 삼박자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이에 우리 학우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다양한 국제 뉴스에 관심을 가져볼 것, 둘째, 학교 내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를 활발히 할 것이다.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가 곧 개인, 학교, 그리고 나라 발전의 경쟁력이라고 믿는다. 지금부터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을 마주치면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자. 영어가 부족해도 상관없다. 그들은 아마 여러분들의 용기를 크게 반길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화를 위한 우리들의 첫 걸음이다.

김묘길(언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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