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포털 사이트(포털) 공개 게시판에 음란 동영상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유포자가 중학생으로 밝혀져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유포자가 중학생이라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동영상을 올린 이유다. 단지 ‘검색어 1위’가 되려고 음란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기 검색어’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요즘은 매일 아침 일간지로 새로운 소식으로 접하는 것보다 포털에 접속해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뉴스를 살피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 사이의 대화 주제도 단연 인기 검색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검색어 문화의 대세를 언론도 외면할 수는 없었나 보다. 인터넷 언론 매체들이 검색어 소개기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사형식까지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언론매체가 ‘검색어’에 목을 메는 이유는 검색을 하는 수많은 네티즌들을 자신들의 사이트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 언론 매체들에게는 이름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검색어를 이용한 기사를 양산해 네티즌을 끌어들이는 것을 ‘검색 어뷰징(abusing:조작)’이라 한다.

최근에는 연예관련 매체뿐 아니라 일반 일간지들도 실시간으로 검색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 사이트에 ‘만화경’이란 코너를 만들어 포털의 인기검색어 동향을 정리하고 있으며, 여타 일간지들도 검색어 관련 기사를 실시간으로 게재하고 있다.

지난 3월20일(화)에는 중앙일보가 검색어를 잘못 해석한 오보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검색어에 오른 ‘이하얀’은 한 케이블 방송에 신분을 속이고 출연한 에로배우의 가명이었는데, 중앙일보는 이를 동명 탤런트 이하얀 씨로 착각해 엉뚱한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같은 날 오후 중앙일보는 사이트를 통해 공개 사과를 한 뒤 정정보도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매체 ‘데일리 서프라이즈’는 중앙일보의 오보를 그대로 기사로 작성해 더 큰 망신을 당했다.

비슷한 내용의 검색어 기사들이 늘면서 검색어 관련 정보를 잘못 해석하거나, 서로 무분별하게 베껴 주어·술어 위치만 살짝 바꿔 기사를 작성하는 등의 추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기사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검색하려는 네티즌에게는 방해만 될 뿐이다.

검색어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네티즌의 추측만으로 기사를 작성해 출판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사의 질은 저하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가볍고 선정적인 것들이 대다수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의 검색어  1위는 ‘얼짱 이지영’(2007년 3월29일 21시37분)으로 케이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네티즌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도 수십개의 기사가 검색어 1위가 된 이유를 친절히 ‘보도’하고 있다.

포털 또한 이러한 검색어 기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사를 게재한 언론 사이트에 네티즌들이 몰려 들면서 결국 포털은 기사 소재만 던져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3월28일(수) ‘기사 어뷰징 방지 가이드’를 정해 모니터 하겠다는 대책안을 각 언론사에 알렸다. 이런 상황이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으로 그만큼 언론매체들이 검색어로 짭짤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언론의 본래 역할은 새로운 정보나 소식을 공공의 알권리를 위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검색 어뷰징’된 기사들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의 화제가 되는 것을 기사로 재구성하는 것이 언론이 말하는 ‘취재’는 아닐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 근거 없는 소문 유포 등 인터넷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런 문제들 속에서 언론마저 중심을 잃는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겉으로는 인터넷 강국이라고 말했지만 부작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 지금 우리에겐 바르고 정확한 언론의 따끔한 주사 한 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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